미국 전기차시장이 유럽에 이어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체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 투자를 앞두고 있고 삼성SDI도 배터리팩공장 증설을 결정하며 수요 확대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29일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배터리팩공장 증설에 6270만 달러(약 703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보다 전기차 분야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배터리팩공장은 삼성SDI의 한국과 유럽 헝가리공장에서 생산된 셀 형태의 배터리를 받아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모듈 형태로 조립한 뒤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SDI의 미국 공장은 현재 약 130명의 인력을 두고 있는데 이번 투자가 마무리되면 460명 정도로 늘어난다.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 증가를 예상해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삼성SDI를 포함한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그동안 주로 유럽에서 완성차 고객사를 두고 수주 경쟁을 벌였다. 유럽 전기차시장이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일찍 개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시장도 최근 급속도로 성장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미국 진출 확대가 활발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미국 조지아주에 1조13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새로 짓는 계획을 내놓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미국 출장길에서 정재계 주요 인사를 만나 투자계획을 설명했다.
LG화학은 2010년부터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공장을 통해 GM 등 자동차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추가로 증설 투자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성차기업에 미국 자동차공장 설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망을 갖춘 기업이 시장을 선점해 큰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일단 배터리팩 공장을 증설하며 사전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배터리팩의 생산 규모가 확대되면 자연히 배터리 물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SDI가 지금과 같이 미국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를 한국과 유럽공장에서 받는다면 파나소닉과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와 비교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공산이 크다.
배터리 운송비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수요에 즉시 대응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그동안 폴크스바겐과 BMW 등 유럽 완성차기업에 전기차 배터리 실적을 대부분 의존하고 있어 공급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을 한국과 유럽,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확대한다면 미국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기 유리해지고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해 원가 경쟁력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삼성SDI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부품 자회사인 하만과 완성차 고객사를 공유하는 등 시너지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미국에 배터리셀공장 투자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