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와 삼성SDI는 국내 IT업계에서 최상위 기업으로 꼽히지만 한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에 실적의 대부분을 의존해 삼성 '후자'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삼성SDI의 중대형 배터리 등 삼성전자와 연관이 적은 사업분야가 급성장하고 대규모 투자도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
10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올해 삼성의 전자 계열사 가운데 가장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9% 늘고, 영업이익은 146%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 매출은 지난해보다 3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75%로 3배 가까이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 부진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카메라와 기판, 배터리 등 부품 공급에 매출을 크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올해 삼성전자와 연관이 크지 않은 자체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장 속도로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전 세계 스마트폰과 TV등 IT기기 제조사에 공급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의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올해 초부터 가파른 가격 상승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SDI는 수년째 큰 폭의 영업손실을 보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에서 올해부터 수요가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용 소형 배터리에 의존을 낮추기 위해 중대형 배터리에 꾸준한 투자를 벌여온 결과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그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와 대비되는 삼성 '후자'라는 별명으로 불려 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 실적이 부진할 때 삼성전기와 삼성SDI 실적도 절대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6년 하반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삼성전기와 삼성SDI 실적과 주가가 모두 크게 떨어져 회복하는 데 반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던 적이 있다.
올해부터는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 업황 개선, 삼성SDI는 신재생에너지용 배터리 수요 증가라는 외부 변수에 힘입어 강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회사는 모두 업황 호조의 수혜를 넘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요에 적극 대응해 성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중심의 사업 구조를 수익성이 훨씬 높은 자동차 전장부품용 콘덴서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장 증설 투자를 벌이고 있다.
▲ 삼성전기의 중국 톈진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공장. |
올해 하반기부터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전용 생산라인의 증설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삼성전기의 수익성 개선에 한층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고객사들의 수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의 새 배터리공장 가동 일정을 반년 이상 앞당겼다. 최근 대량 양산을 시작했고 점차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추가 투자에 나서기 충분한 수준의 자금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삼성SDI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며 6천억 원 가까운 현금을 투자재원으로 확보했다. 삼성전기도 올해 안에 7천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보유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올해 실적 성장과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자체 사업의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적극 활용한다면 삼성전자의 실적 의존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