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최근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이 진행한 2조12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그랩의 대주주인 중국 디디추싱과 일본 소프트뱅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SK는 10% 미만의 소수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랩은 중국 디디추싱, 미국 우버에 이은 세계 3위 차량 호출서비스 회사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동남아시아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서비스시장의 75%의 점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7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앤소니 탄 그랩 대표이사와 만나 의견을 나눴고 올해 1월에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나는 등 사업협력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16년 차량공유시장 규모는 40조 원에 이르고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3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올해 들어 차량공유사업에서 적극적 행보를 시작했다.
1월 국내 최대 차량공유 회사인 쏘카와 손잡고 말레이시아에서 차량공유 사업을 시작했다. SK는 쏘카 지분 27%를 보유한 2대주주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개인사이(P2P) 차량공유 1위 기업인 투로에 지분투자를 했다.
차량공유사업과 관련한 SK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차량공유는 환경오염 등 차량 소유로 발생하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 사업모델로 평가받는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그는 2월 ‘2018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근본적 이유는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서다”라며 “많은 사업이 성장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사회적 가치가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공유사업은 SK텔레콤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과도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자율주행기술 상용화의 시험장이자 차량운행 데이터확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은 지난해 쏘카와 제휴를 맺고 자체 개발한 ‘리모트ADAS’를 쏘카 공유차량 200대에 장착해 시범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리모트ADAS란 자동차에 통신기능을 탑재해 주행 안전을 크게 높이는 차량 기술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는 1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부터 자율주행부문에서 개발 속도의 가속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차량공유 서비스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배치하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가 차량공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는 2017년 11월 중고차사업을 담당하던 SK엔카를 매각해 405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SKE&S, SK실트론, SK바이오팜 등 비상장자회사들의 기업공개를 통해 추가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SK는 올해 SK바이오팜을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보유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의 100% 지분 가치는 최대 5조 원 정도로 평가받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는 최근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쏘카를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SK의 재무구조로는 의미있는 규모의 인수합병이 어렵지만 자회사를 기업공개해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면 공유경제시장에서 진전된 변화를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