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수수료율 추가 인하 가능성에 마음이 불편하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꺼내든 가운데 정치권도 이에 호응해 잇따라 수수료율을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카드수수료 인하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카드업계 수익성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순이익 9138억 원으로 2016년 대비 27.6%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삼성카드(3867억 원), 하나카드(1064억 원) 등도 순이익이 늘어났고 KB국민카드(2968억 원), 우리카드(1012억 원) 등의 이익은 줄었으나 감소폭은 한자릿수에 그쳤다.
일견 수수료 인하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의 말은 다르다. 카드가맹점에서 수수료를 거둬들이는 신용판매 사업은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추거나 적자를 내고 있고 현금서비스 등 대출사업으로 이를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0.8~1.3%의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84.2%를 차지하고 있어 신용판매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이 연매출 5억 원까지 확대되면서 카드사 수익률은 더 악화했다.
그럼에도 카드수수료를 낮추려는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자 카드수수료 인하가 보완대책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에 이어 최근에는 정치권도 카드수수료에 초점을 맞춘다.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영세·중소가맹점에서 1만 원 이하 소액카드결제를 할 때는 수수료를 면제하는 법안을 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7일 우대수수료 적용 기준이 되는 연매출을 산정할 때 세금과 부담금을 제외하는 법안을 냈다. 매출에서 교육세, 건강부담금, 환경부담금 등이 제외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연매출 기준이 상향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민주평화당은 7일 민생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 창당 후 1호 법안으로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현재 우대수수료율 상한은 1.3%인데 이를 0.8%로 0.5%포인트 낮추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미 카드수수료를 낮추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정했다. 올해 7월부터 카드수수료 원가의 한 부분인 밴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꾼다. 소액결제업종의 카드수수료율이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중에 카드사 원가분석 작업을 거쳐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조정 등 추가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월22일 카드수수료 개편 계획을 밝히면서 “소비자 소비여력과 가맹점 경영여건이 좋아져야 카드업계의 지속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를 향한 수수료 인하 압박에 카드업계는 속이 탄다. 카드업계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가득하다. 여신전문업법에 따르면 카드수수료율은 3년마다 재산정해야 하지만 2007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수수료는 10차례나 인하됐다.
카드업계는 카드업계를 향한 부정적 시각에 반발하기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월11일 “카드사가 영세 중소사업자에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서 카드수수료 조정 의지를 나타내자 여신금융협회가 이를 반박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설명자료를 내 “2.4% 이상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3.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체크카드 수수료 등 잘못 인용된 통계를 조목조목 바로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