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신한금융그룹 GIB(글로벌투자금융)부문장이 베트남시장을 놓고 초대형증권사들과 맞붙는다.
신한금융투자는 국내에서 덩치 큰 증권사에 밀리지만 해외에서는 글로벌 투자금융 역량을 바탕으로 해볼만 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5번째로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베트남에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경쟁을 펼치게 됐다.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하면 다른 증권사 4곳은 현재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인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곳들이다.
4조 원대 증권사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받아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인가심사가 미뤄진 삼성증권만 베트남에 진출하지 않았다.
이 부문장은 대규모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증권사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신한금융투자의 글로벌 투자금융 역량을 바탕으로 신한금융의 해외 투자금융사업을 겨냥하고 있지만 국내 대형 증권사들과 베트남에서 맞붙게 된 셈이다.
증권사들이 잇달아 베트남에 진출하는 것은 베트남 주식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증시의 대표적인 지수인 ‘VN지수’는 올해 20% 이상 오른 데다 베트남 정부도 해외 증권사를 유치해 자국 금융시장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베트남 현지법인 지분을 100% 인수해 지난해 2월 ‘신한금융투자 베트남’을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적자를 내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의 투자금융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 부문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에서는 자본력에서 밀리는 만큼 경쟁하기 쉽지 않지만 신한금융이 오래동안 쌓아온 글로벌 투자금융역량과 최근 신한금융그룹차원의 협업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는 대형 증권사들과 붙어볼만 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최근 CJCGV의 베트남법인 상장주관사에 선정되는 등 해외 투자금융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력한 상장주관사 후보로 꼽히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과 경쟁해 얻은 성과로 CJCGV는 중국기업의 상장업무를 많이 다뤄본 신한금융투자의 경험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가 2010년부터 꾸준히 해외기업의 국내증시 상장을 추진해오면서 갖춘 해외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가 해외 투자금융사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SK해운의 ‘한국물(Korean Paper)’ 주관을 맡아 발행에 성공하면서 해외에서 새 수익원을 발굴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국물’이란 해외에서 거래되는 한국 관련 증권을 뜻하는데 한국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 등이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해외에서 발행한 외화표시 증권은 모두 해당한다.
‘한국물’ 영업은 주로 해외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은행이나 해외 증권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홍콩법인과 협업해 성공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가 기존에 보수적인 내부심의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략을 펼쳐왔던 것과 달리 리스크가 큰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물’을 다루면서 이 부문장이 신한금융 투자금융의 전략을 공격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부문장은 신한금융투자를 중심으로 글로벌에서 신한금융의 투자금융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며 “대형증권사들도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경쟁은 점차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