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동영상사업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애플이 콘텐츠 제작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데다 월트디즈니 역시 최근 넷플릭스와 결별을 선언하고 독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 애플 "넷플릭스와 경쟁", 콘텐츠에 10억 달러
월스트리스저널은 16일 "애플이 내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애플이 이 사업에 얼마나 진지한지를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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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10억 달러면 최소 10개의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이번 투자로 넷플릭스와 아마존에 이어 헐리우드의 메이저 플레이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포스트 아이폰’을 대비하기 위해 동영상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팀 쿡 애플 CEO는 1월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4년 내에 서비스사업 규모를 두가리 배로 늘리겠다"며 “넷플릭스 등과 경쟁할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넷플릭스가 내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70억 달러를 쓰기로 한 점에 비춰보면 애플이 투자하기로 한 10억 달러는 그리 크지 않은 액수다.
아마존 역시 내년 콘텐츠 제작에 45억 달러를 쏟아부을 것으로 JP모건은 내다봤다. 타임워너의 케이블방송사인 HBO의 경우 TV쇼 ‘왕좌의 게임’ 한 편당 1천 만 달러를 들여 찍고 있다.
그동안 콘텐츠사업에서 애플의 성적도 인상적이지 않다. 직접 제작한 '플래닛 오브 디 앱스'는 제시카 알바와 윌 아이엠 등을 동원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카풀 가라오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8월8일까지 공개가 미뤄졌다.
그러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은 그동안 쇼 제작에 참여하는 임원들이 사안마다 바껴 제대로 된 전략을 짜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젠 일리크트와 반 앰버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평가했다.
제이미 일리크트와 잭 반 앰버그는 소니픽처스 출신 임원으로 애플이 6월 영입했다. 2005년부터 소니픽처스에서 '브레이킹 베드' 등 인기 TV쇼 제작에 관여했는데 애플에 합류해 비디오 프로그래밍사업부를 총괄하게 됐다.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와 글로벌 영향력도 넷플릭스로서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다.
애플은 2분기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를 합치면 3천만 대 이상을 팔았다. 이미 강력한 플랫폼을 갖춘 만큼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 월트디즈니, 넷플릭스와 결별하고 경쟁자로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애플뿐이 아니다. 월트디즈니도 최근 넷플릭스의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섰다.
넷플릭스는 2012년부터 파트너십을 통해 월트디즈니와 그 자회사로부터 콘텐츠를 받아왔다. 하지만 월트디즈니가 8월 독립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기로 하면서 이 계약은 2018년을 끝으로 효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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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 |
월트디즈니는 ‘겨울왕국2’, ‘토이스토리4’, 실사영화 ‘라이온 킹’ 등 앞으로 개봉하는 영화들을 독점으로 스트리밍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월트디즈니가 계약만료 이후 자회사 영화인 마블 슈퍼히어로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까지 독점적으로 스트리밍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스타워즈 트릴로지의 두 번째 편은 올해 말 나오는 만큼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이 가능하지만 마지막 편은 2019년 겨울에 나온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최고책임자 테드 사란도스는 이와 관련해 로이터에 “월트디즈니와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만화 출판사밀라월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밀라월드는 마블 코믹스의 핵심작가이던 마크 밀러가 만든 출판사로 킹스맨과 원티드, 킥애스 등의 콘텐츠를 보유한 슈퍼히어로 영역의 강자다. 밀러는 마블 코믹스 시절 ‘로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의 스토리라인을 썼다.
넷플릭스는 최근 월트디즈니 계열사인 ABC스튜디오로부터 유명 TV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의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를 빼왔다. 라임스가 이끄는 제작사 숀다랜드는 ABC스튜디오에서 넷플릭스로 옮겨가게 됐다.
더버지는 “넷플릭스가 월트디즈니로부터 스타워즈 트릴로지 최종편을 확보한다면 큰 성과가 될 것”이라면서도 “넷플릭스의 궁극적인 계획은 기존의 인기 프랜차이즈(시리즈물)을 공급받아 스트리밍하는게 아니라 오리지널 프랜차이즈 세계관의 제작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