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모항인 부산항에서 외국계 터미널을 이용하면서 해외 경쟁선사들보다 비싼 하역료를 지불하고 있다.
모항인 부산항을 포기하더라도 거점터미널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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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모항인 부산항에서 터미널 하역료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 4부두를 거점터미널로 이용하면서 터미널 운영사인 싱가포르항만공사에 해외 경쟁선사들보다 비싼 하역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해외에서 일본의 도쿄터미널, 대만의 카오슝터미널 2곳, 미국의 롱비치터미널, 워싱턴터미널, 캘리포니아터미널 등 6개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의 알헤시라스터미널을 놓고 우선협상대상자로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부산신항에는 전용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부산신항은 항로상 중국, 일본, 러시아, 북미, 남미, 호주 등으로 이동하는 ‘환적항’이다.
현대상선은 4부두 터미널에서 1TEU에 9만 원이 넘는 비용을 ‘수출입화물’의 하역료로 내고 있다. 2M과 맺은 전략적 협력 계약에 따라 2M 이름으로 다른부두를 사용할 경우보다 각각 25~35%가량 비싸다.
‘환적화물’의 경우 4부두 터미널에서 1TEU 마다 9만 원 후반대 하역료를 내고 있다. 다른 부두에서 환적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20~25%가량 비싸다.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를 목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다른 터미널로 거점을 옮겨 하역비용을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선사는 일반적으로 해운비용 가운데 20~30%가량을 항만 터미널에서 화물을 배에 싣고내리는 하역비로 쓴다.
현대상선은 부산항에서 물동량을 늘릴수록 하역비용도 불어난다. 거점터미널을 옮기는 일이 현대상선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셈이다.
현대상선은 싱가포르항만공사와 4부두 터미널 하역료를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역료를 낮추는 데 실패할 경우 최소 물량만 4부두에서 처리하고 초과 물량은 대만이나 중국의 다른 항만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최근 현대상선 내부회의에서 현대상선 사활이 걸려 있어 외국으로 물량을 옮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이 4부두를 이용하면서 높은 하역료를 내는 것은 싱가포르항만공사와 4부두를 이용하기로 계약을 하면서 ‘독소조항’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1년에 70만 TEU 분량의 터미널 이용료를 해마다 일정 요율로 인상하며 내기로 하는 조항에 합의했다.
이에 더해 부산항 입·출항시 4부두 터미널만 이용해야 하며 국내 다른 터미널을 인수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항도 포함됐다. 어쩔 수 없이 국내에서 4부두를 이용하며 해외 경쟁선사들보다 높은 하역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을 피해 중국의 상해와 청도, 닝보, 대만의 카오슝에서 일부 환적을 이미 실시하고 있다. 이들 터미널에서 1TEU 마다 하역비는 부산신항 4부두보다 34~73%가량 낮다.
현대상선이 올해 150만 TEU가 넘는 물량을 처리할 목표를 세운 점을 감안하면 다른 터미널을 사용할 경우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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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
하지만 현대상선이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입장에 놓여있어 부산항의 환적물량 감소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현대상선은 3월 부산항 전체 물동량 가운데 7.8%, 환적 물동량 가운데 6.6%를 처리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터미널 하역료를 깎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왔다. 싱가포르항만공사가 부산신항 4부두에서 세계 해운동맹인 2M, 오션, 디얼라이언스의 화물을 전혀 유치하지 못해 현대상선 물동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유동성위기를 겪으면서 부산신항 4부두 지분 50%+1주 가운데 40%+1주를 싱가포르항만공사에 지난해 5월 처분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3월부터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7월부터 채권단 관리 아래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삼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