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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 회장이 일본에서 웨스턴디지털과 연합전선 구축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최태원, 웨스턴디지털과 손잡나
최태원 SK 회장은 24일 오후 2시 전용기를 타고 2박3일 일정의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인수전에 자신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서 현장을 보겠다”고 말했다. ‘도시바 경영진과 무슨 애기를 나눌 것이냐’는 질문에는 “다녀와서 얘기해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 회장은 일본에서 도시바의 경영진을 만나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계획과 의지를 피력하고 고용보장 등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마크 롱 웨스턴디지털 최고재무책임자(CFO) 등과도 만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웨스턴디지털도 SK하이닉스와 더불어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전에 참여했다.
웨스턴디지털은 2000년부터 도시바와 일본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해왔으며 17년 동안 이 공장의 장비 구입에만 14조 원을 투자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상대방의 합의 없이 합작기업 주식을 팔 수 없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도시바에 독점 협상권을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과 마크 롱이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SK그룹이 웨스턴디지털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SK그룹은 그동안 재무적투자자와 손잡고 도시바메모리 경영권 확보에 나섰는데 지분투자를 통해 공동인수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정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20일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를 돈을 주고 사는 의미가 아니라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는 방법 안에서 협업 방안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논의한다. 최 회장이 일본 출장을 통해 전달한 사항을 놓고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 웨스턴디지털, 파트너 될까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이 손을 잡고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성공할 경우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은 서로 ‘윈윈’할 수 있다.
현재 낸드플래시시장의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4%, 도시바가 19.6%, 웨스턴디지털이 15.4%, 마이크론이 11.9%, SK하이닉스가 10.1%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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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 |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인수하게 되면 도시바가 보유한 점유율 19.6%를 웨스턴디지털과 SK하이닉스가 나눠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기존 낸드플래시시장에 업체가 하나 없어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경쟁이 완화되면서 공급자에게 더 유리한 시장의 환경도 조성된다. 수익성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신규업체가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해 낸드플래시 사업에 뛰어들어서 막대한 투자를 하게 되면 다른 업체들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웨스턴디지털도 일본정부의 해외매각반대 입장과 인수자금조달 문제로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대만 홍하이그룹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가로 3조 엔을 써내면서 웨스턴디지털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은 모두 자금적 압박을 받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독점협상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몸값을 깍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크 롱 웨스턴디지털 최고재무책임자는 20일 “일본 관민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 일본개발은행과 연합할 방법을 찾기를 원한다”며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입찰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