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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키 바치스타 회장 |
한때 세계부자 순위 7위까지 올랐던 브라질의 석유재벌 에이키 바치스타는 왜 한순간에 몰락했을까.
바치스타는 18일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와 인터뷰에서 "내가 태어난 중산층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나에겐 엄청난 충격"이라며 "나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제 다시 중산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에게도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바치스타는 이 인터뷰에서 세계적 갑부에서 한순간에 몰락한 처지에 대한 서글픔과 함께 평범한 중산층으로 돌아가는 현실이 믿기지 않음을 표시했다.
바치스타는 2012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부자 순위에서 자산 300억 달러로 7위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2년도 안 된 지난 3월 그의 자산은 3억 달러에 그쳐 10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0월 개인파산 신청을 내는 등 사실상 빚쟁이가 됐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EBX그룹의 계열사는 바치스타의 최전성기 시절 OGX(석유·천연가스), OSX(조선), LLX(물류), MPX(에너지), MMX(광업), AUX(금·은·구리 광산 개발), CCX(석탄), REX(부동산), IMX(스포츠마케팅), SIX(정보통신), NRX(식품) 등으로 다양했다.
바치스타가 거느렸던 계열사들은 영문 알파벳 세 글자로 구성됐고 모두 ‘X’로 끝났다.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학에서 곱하기를 의미하는 X를 붙인 것이다. 잘나가던 시절 바치스타는 ‘X-제국’의 황제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바치스타 가 세운 제국이 몰락하는 데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경영실패와 주가폭락이 겹친 탓이었다.
EBX그룹은 2009년 상장과 함께 2011년부터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9조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원유는 2012년 1월이 돼서야 생산이 시작됐고 그나마 생산량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원자재 관련 산업의 하락세도 바치스타의 몰락을 부추겼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그는 “세계1위 부자가 곧 바뀔 것”이라며 큰 소리를 쳤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바치스타는 2012년 브라질 갑부순위 1위였으나 2013년 8월 52위로 내려앉았다. OGX와 OSX 등 주요 계열사의 파산보호 신청이 잇따랐고 EBX 그룹은 사실상 해체됐다.
블룸버그는 바치스타의 몰락에 대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수준의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포브스지 브라질판은 ‘2013년 최대의 루저’로 바치스타를 꼽았다.
바치스타의 자산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 줄고 있다. 최근 주가조작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법원은 그의 은행계좌를 동결시켰다. 기소와 함께 15억 헤알(약 6천600억 원)로 알려진 개인재산도 압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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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9월 7억 달러 규모의 철광석 투자 프로젝트를 위해 바치스타를 만났다.<사진=뉴시스> |
바치스타는 2011년 국내 기업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SK네트웍스는 2010년 10월 MMX에 7억 달러를 투자했다 큰 손실을 입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바치스타를 초청해 직접 맺은 사업이었다. 최 회장은 이듬해인 2011년에도 브라질 현지로 날아가 바치스타를 만나 사업확대를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MMX 주가가 폭락하면서 이 투자는 SK네트웍스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기록됐다. 그룹 경영도 큰 타격을 입혔다. 블룸버그는 ‘2013년 최고와 최악의 투자’ 기사에서 85.4%의 손실률을 기록한 MMX 광산을 최악의 국외증시 투자처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