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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영화 '보통사람' '프리즌' '밤의 해변에서 혼자' 포스터. |
영화와 드라마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같은 뿌리에서 나고 자랐지만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다. 제작이나 유통환경이 다른 탓이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 경향성의 차이가 다분히 엿보인다. ‘도깨비’에서 방영 중인 ‘힘센 여자’에 이르기까지 판타지를 곁들인 드라마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는 올해 들어 실화를 소재로 하거나 사실성에 바탕을 둔 작품들의 개봉이 줄을 잇고 있다. 3월 마지막 주말을 노리고 나란히 개봉한 신작 3편도 각각 장르는 다르지만 사실성에 방점을 찍었다.
24일 극장가에 따르면 ‘프리즌’과 ‘보통사람’,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 한국영화 신작 3편이 나란히 개봉해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3편 모두 각기 다른 재미와 매력을 갖춰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한석규씨와 김래원씨가 주연을 맡은 프리즌은 개봉일인 23일까지 16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미녀와 야수’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다.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흥행기세가 만만치 않다.
손현주씨와 장혁씨가 주연으로 짝을 이룬 ‘보통사람’은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날 개봉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씨의 스캔들로 제작 당시부터 유명세를 탔고 김씨의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여우주연상) 수상으로 관심을 더욱 뜨겁게 받은 영화다.
개봉 직후 3편 모두 평가가 나쁘지 않다. 전문가 평점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홍상수 감독의 이름값에 걸맞게 앞선다. 관람객 평점은 보통사람이 9점대 수준으로 높은 편이나 화제성에서 프리즌이 단연 높은 것으로 보인다.
프리즌은 범죄오락액션 장르의 영화다. 감옥에 들어간 전직 형사(김래원)가 그곳에서 왕 노릇을 하는 죄수(한석규)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한석규씨는 교도소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로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가 밤마다 담장을 넘어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는 등 다소 비현실적이고 오락적인 설정인데 교도소 안의 인물군상이 얽히고설키는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현실의 축소판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일상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색다른 공간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함께 죄수가 교화를 통해 거듭나거나 그들도 인간임을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7번방의 선물’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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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상수 감독. |
프리즌은 그와 정반대다. 감옥이란 폐쇄적 공간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권력관계, 그것이 낳는 악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폭력이나 욕설수위 등이 높지 않은데도 청불영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나친' 사실성 때문인 듯 보인다.
영화 '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시나리오를 쓴 나현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사실성에 충실하기 위해 영화 속 장면 대부분을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평범한 경찰(손현주)이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안기부가 개입한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때문에 커다란 삶의 변화를 겪는 과정을 그렸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6월 민주화항쟁 등 당시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원경으로 자리한다. 정치권력에 휘말려 소시민의 삶이 뿌리채 흔들리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다. 유부남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란 점이 알려지면서 ‘불륜다큐’란 오명까지 얻었다.
홍 감독의 실제 연애사를 다룬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사랑의 본질과 타인의 시선 등 가볍지 않은 문제를 던진다. 홍 감독은 전작들에서도 현실인지 영화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번 영화야 말로 사실성의 극대화를 추구해온 감독의 영화세계에 정점을 찍은 셈이 됐다. 현실인지 영화인지는 직접 보고 판단할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