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지식산업센터의 신규 공급 기준은 강화하고 기존 센터의 입주·용도 규제는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쌓인 공실을 실제로 줄일 수 있을지 여부는 기업·주거 실수요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주 가능 업종을 넓히고 주거 전환을 지원해 활용의 길은 열었지만, 기업 수요가 부족하거나 전환 비용에 비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센터에서는 공실 감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산업부가 전날 발표한 '지식산업센터 공실 대책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보면 지식산업센터 시장에서는 신규 승인이 빠르게 감소하는 동시에 최근 준공분을 중심으로 공실이 누적되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 설립승인은 2022년 136곳에서 2023년 76곳, 2024년 40곳, 지난해 19곳으로 3년 사이 86%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6곳만 새로 승인을 받았다.
반면 산업부가 준공된 지식산업센터 가운데 조사에 응한 1056곳을 분석한 결과 전체 평균 공실률은 16.6%, 미분양률은 9.0%였다. 2023~2025년 준공된 153곳은 공실률 43.5%, 미분양률 26.9%에 이르렀다.
전체 평균 공실률은 수도권 14.1%, 비수도권 33.4%로 차이가 컸지만 최근 3년 준공분은 각각 42.7%, 46.9%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40%를 넘었다. 경매 건수도 2023년 688건에서 2024년 1564건, 지난해 3876건으로 늘었다.
지식산업센터는 1988년 도심 제조업체를 한 건물에 모으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도입됐다. 2010년 지식산업과 정보통신업, 벤처기업 등으로 입주 대상이 확대된 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된 2020년 전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급증했다.
전국에서 설립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 1553곳 가운데 1199곳인 77.2%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산업단지 밖 개별입지에 들어선 센터도 946곳으로 전체의 60.9%를 차지한다.
정부는 그동안 전체 시장 상황이나 실제 기업 수요보다 개별 사업장의 형식적 요건을 중심으로 설립 승인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을 승인할 때 인근 센터의 공실·미분양과 주변 상가시장에 미칠 영향, 기반시설 수용 가능성, 지역산업과의 연계성을 검토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승인 전에 산업부 장관이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를 신설하고 지자체별 공실·미분양률도 반기마다 공개한다.
이 같은 공급관리 체계는 수요를 웃도는 신규 센터가 다시 공급되는 것을 막는 장치다. 그러나 이미 준공됐거나 설립 승인을 받은 센터의 공실을 줄이려면 공급 억제와 별도로 새로운 입주자를 찾아야 한다.
정부가 기존 공실에 수요를 연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동원한 것은 공공사업이다.
수도권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공실 센터를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비수도권에서는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건립과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사업 대상에 공실 센터를 포함해 중소기업 임대공간 등으로 이용한다.
수도권에서는 주거 수요를, 비수도권에서는 중소기업 임대공간 수요를 끌어오는 방식이다. 다만 수도권이라도 교통·생활 기반이 부족한 산업지역이나 외곽 센터는 주거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고, 비수도권에서도 지역산업과 연계된 입주기업을 찾아야 공공사업이 실제 공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 기업의 지식산업센터 입주 문턱도 낮춘다. 현재 법령에 허용 업종을 열거하는 방식에서 금지 업종만 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 사행·유해시설과 환경부담 업종, 위험물 시설 등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입주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기존에는 입주할 수 없는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풀어주는 것은 공실률 대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허용 범위를 너무 많이 넓히면 '그게 지식산업센터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업종 확대는 센터에 들어올 수 있는 사업자의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기업 수요 자체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지역에 관련 사업자가 부족하거나 임대료와 교통·물류 여건이 맞지 않으면 실제 입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기존 센터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설립승인을 받은 센터에 한정해 앞으로 2년 동안 지원시설 면적 비중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한다. 산업단지 안에 있거나 수도권에 위치한 센터는 전체 면적의 30%에서 50%로, 산업단지 밖 비수도권 센터는 50%에서 70%로 확대한다.
지원시설에는 창문과 욕실, 바닥난방 등을 갖춘 '프리미엄 원룸'도 들어올 수 있다. 일반공업지역에서는 2027년까지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전용면적 30㎡ 미만이면 추가 주차장 설치 의무를 면제한다.
규제를 풀어 주거 전환의 길을 열더라도 실제 공사에는 비용과 소유관계, 건축기준이라는 문턱이 남는다.
이 연구위원은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으로 바꾸려면 욕실과 주방을 설치하고 수도 배관과 바닥난방 등을 새로 넣어야 한다"며 "공간을 여러 세대로 나누려면 벽 사이로 소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벽도 세워야 하는데 이 모든 데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여러 수분양자가 호실별로 구분소유한 센터는 건물이나 층 단위로 전환하려면 소유주들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오피스텔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피난통로와 복도 폭 등 서로 다른 건축기준도 맞춰야 한다.
이번 대책은 소형 오피스텔의 추가 주차장 설치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했지만 복도·피난 기준과 지구단위계획, 소유관계 등은 건물과 지역마다 달라 실제 전환 가능성에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정부는 주거 전환에 드는 비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프리미엄 원룸에는 호실당 800만 원을 5년 동안, 오피스텔·기숙사에는 호당 7천만 원을 14년 동안 연 3%대 금리로 빌려주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리모델링 이후 예상 감정가의 60% 이내에서 준주택 전환 사업자에게 모기지 보증을 제공한다. 정부는 준주택 전환 때 환수되는 취득세 감면액의 징수를 유예해 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하기로 했다.
금융 지원은 초기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사업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출을 활용하더라도 전환 뒤 임대 수요와 수익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면 소유주가 공사에 나설 유인이 생기기 어렵다.
이 연구위원은 "대출은 결국 갚아야 하는 돈인 만큼 개별 소유주가 그 돈을 써서라도 전환하겠다고 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주거용으로 전환했을 때 수요가 충분할지는 개별 지식산업센터의 입지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입주 가능 업종을 넓히고 주거 전환을 지원해 활용의 길은 열었지만, 기업 수요가 부족하거나 전환 비용에 비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센터에서는 공실 감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부가 지식산업센터의 공급 기준을 강화하고 활용 규제를 풀었지만, 실제 공실 해소는 센터별 기업·주거 수요와 사업성 확보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강릉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조감도. <강릉시>
11일 산업부가 전날 발표한 '지식산업센터 공실 대책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보면 지식산업센터 시장에서는 신규 승인이 빠르게 감소하는 동시에 최근 준공분을 중심으로 공실이 누적되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 설립승인은 2022년 136곳에서 2023년 76곳, 2024년 40곳, 지난해 19곳으로 3년 사이 86%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6곳만 새로 승인을 받았다.
반면 산업부가 준공된 지식산업센터 가운데 조사에 응한 1056곳을 분석한 결과 전체 평균 공실률은 16.6%, 미분양률은 9.0%였다. 2023~2025년 준공된 153곳은 공실률 43.5%, 미분양률 26.9%에 이르렀다.
전체 평균 공실률은 수도권 14.1%, 비수도권 33.4%로 차이가 컸지만 최근 3년 준공분은 각각 42.7%, 46.9%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40%를 넘었다. 경매 건수도 2023년 688건에서 2024년 1564건, 지난해 3876건으로 늘었다.
지식산업센터는 1988년 도심 제조업체를 한 건물에 모으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도입됐다. 2010년 지식산업과 정보통신업, 벤처기업 등으로 입주 대상이 확대된 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된 2020년 전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급증했다.
전국에서 설립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 1553곳 가운데 1199곳인 77.2%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산업단지 밖 개별입지에 들어선 센터도 946곳으로 전체의 60.9%를 차지한다.
정부는 그동안 전체 시장 상황이나 실제 기업 수요보다 개별 사업장의 형식적 요건을 중심으로 설립 승인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을 승인할 때 인근 센터의 공실·미분양과 주변 상가시장에 미칠 영향, 기반시설 수용 가능성, 지역산업과의 연계성을 검토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승인 전에 산업부 장관이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를 신설하고 지자체별 공실·미분양률도 반기마다 공개한다.
이 같은 공급관리 체계는 수요를 웃도는 신규 센터가 다시 공급되는 것을 막는 장치다. 그러나 이미 준공됐거나 설립 승인을 받은 센터의 공실을 줄이려면 공급 억제와 별도로 새로운 입주자를 찾아야 한다.
정부가 기존 공실에 수요를 연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동원한 것은 공공사업이다.
수도권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공실 센터를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비수도권에서는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건립과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사업 대상에 공실 센터를 포함해 중소기업 임대공간 등으로 이용한다.
수도권에서는 주거 수요를, 비수도권에서는 중소기업 임대공간 수요를 끌어오는 방식이다. 다만 수도권이라도 교통·생활 기반이 부족한 산업지역이나 외곽 센터는 주거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고, 비수도권에서도 지역산업과 연계된 입주기업을 찾아야 공공사업이 실제 공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 기업의 지식산업센터 입주 문턱도 낮춘다. 현재 법령에 허용 업종을 열거하는 방식에서 금지 업종만 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 사행·유해시설과 환경부담 업종, 위험물 시설 등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입주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기존에는 입주할 수 없는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풀어주는 것은 공실률 대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허용 범위를 너무 많이 넓히면 '그게 지식산업센터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업종 확대는 센터에 들어올 수 있는 사업자의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기업 수요 자체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지역에 관련 사업자가 부족하거나 임대료와 교통·물류 여건이 맞지 않으면 실제 입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기존 센터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설립승인을 받은 센터에 한정해 앞으로 2년 동안 지원시설 면적 비중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한다. 산업단지 안에 있거나 수도권에 위치한 센터는 전체 면적의 30%에서 50%로, 산업단지 밖 비수도권 센터는 50%에서 70%로 확대한다.
지원시설에는 창문과 욕실, 바닥난방 등을 갖춘 '프리미엄 원룸'도 들어올 수 있다. 일반공업지역에서는 2027년까지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전용면적 30㎡ 미만이면 추가 주차장 설치 의무를 면제한다.
규제를 풀어 주거 전환의 길을 열더라도 실제 공사에는 비용과 소유관계, 건축기준이라는 문턱이 남는다.
이 연구위원은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으로 바꾸려면 욕실과 주방을 설치하고 수도 배관과 바닥난방 등을 새로 넣어야 한다"며 "공간을 여러 세대로 나누려면 벽 사이로 소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벽도 세워야 하는데 이 모든 데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여러 수분양자가 호실별로 구분소유한 센터는 건물이나 층 단위로 전환하려면 소유주들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오피스텔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피난통로와 복도 폭 등 서로 다른 건축기준도 맞춰야 한다.
이번 대책은 소형 오피스텔의 추가 주차장 설치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했지만 복도·피난 기준과 지구단위계획, 소유관계 등은 건물과 지역마다 달라 실제 전환 가능성에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정부는 주거 전환에 드는 비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프리미엄 원룸에는 호실당 800만 원을 5년 동안, 오피스텔·기숙사에는 호당 7천만 원을 14년 동안 연 3%대 금리로 빌려주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리모델링 이후 예상 감정가의 60% 이내에서 준주택 전환 사업자에게 모기지 보증을 제공한다. 정부는 준주택 전환 때 환수되는 취득세 감면액의 징수를 유예해 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하기로 했다.
금융 지원은 초기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사업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출을 활용하더라도 전환 뒤 임대 수요와 수익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면 소유주가 공사에 나설 유인이 생기기 어렵다.
이 연구위원은 "대출은 결국 갚아야 하는 돈인 만큼 개별 소유주가 그 돈을 써서라도 전환하겠다고 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주거용으로 전환했을 때 수요가 충분할지는 개별 지식산업센터의 입지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