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민주당 '스튜어드십 코드' 토론회, 국민연금 "운용사의 주주활동 질적 평가해 자금 배분"

▲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가 11일 국회에서 주최한 ‘주가누르기 어떻게 막을 것인가-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평가·반영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이 위탁자산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여부를 형식적인 참여 여부가 아닌 실제 주주활동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위탁자금 배분과 회수, 운용사 선정에 반영하는 체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의 막대한 위탁자금을 지렛대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이끌어내 저평가 기업의 이른바 ‘주가누르기’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운용사들도 단순히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넘어 기업과의 대화와 공개 관여 등 실제 변화를 끌어내는 활동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는 11일 국회에서 ‘주가누르기 어떻게 막을 것인가-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평가·반영 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연금은 이날 위탁운용사의 수탁자책임 활동을 3개 영역 7개 항목으로 나눠 질적으로 평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은 실제로 정책이 이행되고 있는지, 이해상충 상황을 관리하고 대응하는지, 의결권 행사를 적절하게 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정량적인 기준이 아니라 질적 평가를 하겠다는 게 저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운용사 평가에서 단순히 스튜어드십 조직이나 내부규정을 갖추고 있는지를 넘어 운용사가 스스로 정한 정책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는지도 살핀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예를 들어 위탁운용사에 기업과의 대화를 하라는 정책이 있는데 하지 않았다면 수탁자책임 활동 체계가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질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는 실제 위탁자금 운용에 반영된다.

국민연금은 질적 평가 결과를 주식운용실과 채권운용실 등 각 자산운용 부서에 전달하고 이를 자금 회수와 추가 배정, 운용사 선정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인 배점은 아직 정하지 않았으며 올해 10~11월 위탁운용사 현장실사를 거쳐 시뮬레이션한 뒤 연내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보다 구체적인 평가체계 운영방식도 제시됐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정기평가가 이뤄지는 5월께 수탁자책임실이 함께 평가에 참여하고 이때 나온 평가점수를 11월 정기평가에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시로 이뤄지는 신규 위탁운용사 선정 때도 해당 운용사의 전반적인 수탁자책임 활동을 점검해 선정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항목에 가점 2점을 부여해왔지만 대부분의 운용사가 이미 가점을 받아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평가를 본배점으로 옮기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운용사별 차이를 가려낼 수 있을 만큼 평가 비중을 높이되 다른 운용성과 지표를 압도하거나 중소형 운용사에 지나치게 불리해지지 않도록 배점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실제 투자기업을 상대로도 의결권 행사보다 한 단계 나아간 관여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배당정책, 임원 보수, 법령 위반, 이사·감사 선임 관련 반복 반대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정하고 문제가 있는 투자기업과 단계적으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에 주로 머물렀지만 2016년부터 기업에 배당정책 수립과 공개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현금흐름과 자사주, 투자계획 등을 함께 고려한 자본배치의 적정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임원 보수에 대해서도 단순히 주총 보수한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데서 벗어나 보상정책과 산정기준을 외부에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횡령·배임이나 부당지원 등으로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기업에는 재발방지뿐 아니라 손해 회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의결권 반대 비율만으로 스튜어드십 활동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는 기관투자자가 반대표를 던져도 표결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만큼 기업과의 대화와 공개 관여 등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상녕 트러스톤자산운용 변호사는 “주가를 누르는 회사는 의결권 행사만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의결권 행사는 관여의 출발점”이라며 “주가누르기 기업에 대한 평가는 반대 비율이 아니라 어떤 단계까지 관여했고 회사 안에 무엇을 남겼는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에 따르면 국내 PBR 0.5배 미만 상장기업 가운데 약 60%는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다. 태광산업에서는 트러스톤이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에 소수주주의 82%가 찬성했지만 선임되지 못했고 공개관여와 이사회 활동 등이 실제 기업의 의사결정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관투자자의 실제 의결권 행사 수준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이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관련 안건에 약 59% 반대한 반면 같은 안건에 대한 자산운용사의 반대율은 약 18%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개정 상법을 형식적으로 위반했는지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자사주 소각 등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개별 회사 상황을 함께 살펴야 진정한 수탁자책임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자체도 올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고객이나 연금 가입자 등 자금의 실제 소유자를 위해 투자대상 기업을 점검하고 의결권 행사와 관여활동을 수행하도록 한 민간 자율규범으로 2016년 12월 처음 도입됐다. 2025년 말 기준 국민연금 등 4개 연기금과 63개 자산운용사를 포함해 모두 249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점검’이다.

금융위원회와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는 지난해 말 코드 참여기관들이 원칙을 실제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한 이행점검 제도를 마련했고 올해부터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68곳을 대상으로 처음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2027년 PEF운용사와 보험사, 2028년 증권사·은행·투자자문사, 2029년 벤처캐피탈과 의결권자문사 등 전체 참여기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전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기관에 대한 이행점검에서는 각 기관이 12개 항목에 대해 자체 보고서를 작성하면 한국ESG기준원이 실무 점검을 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최종 검토·의결한다. 평가항목에는 수탁자책임 정책과 이해상충 관리, 기업과의 관여활동, 의결권 행사, 이행보고서, 전문인력과 조직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올해 7월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제정 이후 10년 만에 처음 전면 개정됐다.

7월24일 확정된 개정안은 기존 상장주식 중심의 적용 범위를 채권과 인프라,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으로 넓히고 ESG·지속가능성 요소와 주주제안, 협력적 관여 등 보다 다양한 수탁자책임 활동을 명시했다.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활동을 관리하고 코드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절차도 정식으로 코드에 담겼다. 개정 내용은 준비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올해 실시되는 이행점검은 지난해 마련된 ‘내실화 방안’에 따라 시작된 첫 점검이고, 내년부터는 이번 7월 개정된 코드 내용을 반영한 새로운 이행점검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도 개정 코드 시행에 맞춰 국민연금의 자체 수탁자책임 원칙을 다시 손질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이날 국민연금의 이른바 ‘수탁자책임 원칙 2.0’을 준비하고 있다며 2018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실제 성과와 중점관리사안의 효과를 분석해 향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지분 보유로 인해 발생하는 5%·10% 지분규제도 함께 검토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민주당도 스튜어드십 활동을 제약하는 자본시장 제도 손질에 나선다.

오기형 민주당 K-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 포인트는 자본시장법 개정”이라며 “5%룰과 관련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고려하면 보다 진화될 지점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의 5%룰은 상장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보유목적과 지분변동 등을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관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을 상대로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주주활동에 나설 경우 공동보유나 특별관계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어 적극적인 협력적 관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홍배·오기형·안도걸·김윤·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석했다. 또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팀장, 윤상녕 트러스톤자산운용 변호사, 손미지 신한자산운용 팀장,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임현규 보건복지부 기금운용관리과장, 김미정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류지웅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제도팀장, 오덕교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이 참석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