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기업분할을 통한 그룹의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소액주주 표심을 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를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쪼개는 인적분할 안건이 오는 12월 임시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부쳐지는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만으로는 통과가 어려워 60%에 달하는 카카오 소액주주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노사 기업분할 주총 표대결 앞서 소액주주 '민심잡기' 경쟁, 정신아 '쪼개기 상장' 트라우마 넘을까

정신아 카카오 대표(사진)가 카카오를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쪼개는 인적분할 안건의 임시 주주총회 통과를 위해 소액주주 설득에 나선다. . <카카오>


과거 계열사들의 잇단 '쪼개기 상장'으로 잃은 신뢰가 발목을 잡는 가운데, 정 대표가 이번 인적분할의 당위성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카오 노조는 인적분할의 명분이 없다며 소액주주와 연대해 분할 반대 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어서, 카카오 노사가 소액주주 끌어안기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정보기술(IT) 및 금융투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는 오는 16일 오후 4시 일반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인적분할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한다.

기관투자자·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IR)는 흔하지만, 소액주주만을 위한 설명회는 이례적이다.

설명회에서는 인적분할의 개요와 추진 배경, 기대 효과 등을 설명하고, 실시간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참석할 카카오 경영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카카오는 8월21일 인공지능(AI) 신사업 집중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유로 카카오톡 사업을 따로 떼어내는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그러나 발표 당일 주가가 7.5% 급락한 데 이어 이날까지 하락폭이 10.9%로 커지고, 주주들 사이에서 회의론이 확산하자 여론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2월17일 열릴 임시주총에서는 인적분할을 둘러싼 표 대결이 예고돼 있다.

이번 인적분할 안건은 특별결의 대상이다. 주총 통과를 위해서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함께,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김범수 창업자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24.1%에 불과하다. 개인 및 기타법인이 38.2%, 외국인이 26.7%, 국민연금이 5.4%, 텐센트 계열이 5.2%가량을 들고 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60%에 이르는 소액주주와 기관의 표심 없이는 안건이 주총을 넘기 어려운 구조다.
 
카카오 노사 기업분할 주총 표대결 앞서 소액주주 '민심잡기' 경쟁, 정신아 '쪼개기 상장' 트라우마 넘을까

▲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지난 8월26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카카오 분할 반대 공동교섭 선포식 및 카카오뱅크 파업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 노조는 회사의 인적분할 발표 직후부터 고용 승계, 인력 재배치, 근로조건 보장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들은 존속법인 카카오X에 남게 될 계열사들의 향후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주총 현장에서 출석 주주 3분의 1 이상의 반대표를 결집해 분할을 무산시키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결집력이 약한 소액주주와 해외 기관을 모두 설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우선 5.4%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향후 표 대결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이날 “회사는 지금 왜 인적분할이 필요한지, 구성원의 고용 안정과 소액주주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며 “향후 사측의 입장 변화를 지켜보며 필요하다면 소액주주들과 연대와 공동대응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의 인적분할에 대한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이날 입장을 내고 “카카오가 분할의 명분으로 내세운 신속한 의사결정과 사업별 자원 배분은 굳이 회사를 쪼개지 않아도 이사회 권한 조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실효성 있는 주주보호 장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재로서는 인적분할에 찬성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이 소액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해 철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에이치이엠파마의 물적분할 안건이 정기 주총 표 대결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대표로 부결됐고, 지난해 7월에는 하나마이크론과 파마리서치가 소액주주의 반발에 부딪혀 인적분할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카카오 역시 소액주주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셈이다.

카카오가 추진하는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신설법인 주식을 지분율대로 배분받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물적분할’과는 다르다. 분할 방식에 따라 복합기업 디스카운트(할인)를 해소하는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만 카카오의 경우 과거 '쪼개기 상장' 이력이 주주들에게 각인된 것이 문제다. 한때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는 지난 2020년 카카오게임즈, 2021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알짜 사업부를 잇달아 물적분할한 뒤 상장시키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고, 잇따른 자회사 확장으로 한때 계열사가 146곳(2023년 기준)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국내 IT업체 관계자는 “성공적인 인적분할은 발표 직후 신사업 기대감에 힘입어 두 법인의 합산 기업가치가 오르고 주가도 반등한다”며 “카카오는 과거 '쪼개기 상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탓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고 있고, 분할 이후에도 주가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사측 관계자는 “이번 분할은 임직원들에게도 중요한 변화인 만큼,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과 지속해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할 안건은 12월 임시주총을 거쳐 내년 1월1일 효력이 발생한다. 카카오AI는 1월27일 재상장, 카카오X는 같은 날 변경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