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소속 회원 60여 명이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근로자 참여 프로모션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 사내 노사협의 기구다. 삼성중공업에는 복수노조가 존재하지만, 노동자협의회가 근로조건 교섭 등 노조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다.
사측과 협의회는 지난 100여 일 동안 16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잠정 합의안은 커녕 사측의 제시안조차 나오지 않아 교섭이 결렬된 상태다.
노동자협의회는 회사에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삼성그룹을 상대로 투쟁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10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소속 근로자 60여 명이 서울 강남구 소재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협의회는 2010년대 장기 불황을 지나 최근 조선업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근로자들이 성과 배분에서 제외됐다며, 올해 임단협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 요구안은 △기본급 9.3% 인상(정기승급분 0.7% 포함)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 연장 △근속수당 50% 인상 △생산직 신입사원 150명 이상 채용 △장기근속자 처우 개선 △콘도 지원금 40만 원으로 상향 등이다.
그러나 사측은 현재까지 협의회 측에 임단협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협의회 측은 사측이 협상에 불성실하게 임하자, 실질적 경영 결정권을 쥔 삼성그룹이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상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조사통계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측은 ‘그룹에서 정확한 결정이 없었다’는 식의 회피성 발언만 하고 있다”며 “과거 삼성의 미래전략실은 해체됐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관리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최원영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 위원장은 "교섭에서 임금피크제 폐지와 성과급 개편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과정에서 현 경영진의 협상 의지 부족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화오션 노조 요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피크제를 폐지해달라고 제안했지만, 경영진은 그룹 눈치가 보인다며 거절했다”며 “이에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이 이미 도입한 ‘영업이익 10% 성과급 배분’을 삼성중공업에도 도입하자고 하니, 이번엔 정부를 핑계 삼아 안 된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투쟁 수위를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측과 연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노사 합의에 근거해 협의회 대의원 만장일치로 쟁의를 결정한 뒤, 사측에 서한으로 통보하는 등의 쟁의행위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협의회는 이미 지난 7월31일 이를 위한 절차를 마쳤다.
▲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삼성 서울 서초 사옥에 진입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하자, 삼성그룹 측 관계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며 막는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어 삼성그룹 측 관계자 2명이 자신들이 대신 전할테니 항의서한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름과 소속을 밝힐 수 없는 사람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할 수 없고, 협의회가 직접 전달하겠다며 다시 진입을 시도하자 약 20분 간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삼성중공업의 2026년 예상 실적(연결기준)을 매출 12조8095억 원, 영업이익 1조3814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5년 대비 매출은 20.3%, 영업이익은 60.2% 각각 증가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적과 경영여건, 대내외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진행 중인 협상의 세부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으나, 책임 있는 자세로 성실히 대화하겠다”고 했다.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는 다음 주까지 각사의 올해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추석 연휴 이후 공동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상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조사통계부장은 "지난 8일 교섭이 결렬돼 서둘러 상경집회를 진행한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사측과 예정된 교섭 일정은 없지만, 사측의 교섭 제안이 온다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