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의 지분 매각을 계기로 우리금융그룹의 과점주주 중심 이사회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독립이사(옛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과점주주 체제가 시작된 10년 전과 비교해 과점주주 지분율은 낮아지고 외국인 지분율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는 등 우리금융의 주주 지형도 크게 달라졌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 체제 나날이 희석, 임종룡 2기 이사회 '균형잡기' 과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이사회 인선을 앞두고 경영 안정성과 독립적 견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서는 변화한 주주 구성을 이사회에 반영하는 동시에 2기 경영 안정성과 경영진에 대한 독립적 견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진PE의 우리금융 지분율이 최근 2%대로 낮아지면서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중심 지배구조가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진PE는 2일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 주식 가운데 1400만 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7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4622억 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지분율은 3.97%에서 2.06%로 낮아졌다.

우리금융은 2016년 민영화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29.7%를 여러 투자자에게 나눠 매각하면서 과점주주 체제를 구축했다.

특정 지배주주를 두는 대신 주요 주주에게 독립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를 통한 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도 갖추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과점주주의 지분 매각과 이탈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지분율과 이사회 참여 비중은 점차 낮아졌다. 

동양생명과 한화생명은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했고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도 지분율을 낮추면서 독립이사 추천권을 잃었다. 

현재 독립이사 추천권을 보유한 과점주주가 4곳으로 줄어든 가운데 이번에는 유진PE의 지분율까지 2%대로 낮아졌다. 우리금융은 아직 유진PE의 독립이사 추천권 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진PE가 남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유진PE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유진기업은 7일 공시를 통해 우리금융 지분 처분 이유로 ‘단순 투자금 회수’를 들었다.

우리금융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7일 종가 3만4200원 기준으로 올해 들어 22.14% 상승했다. 2024년 말, 2023년 말, 2022년 말과 7일 종가를 비교하면 각각 122.51%와 163.08%, 196.10% 올랐다. 

유진PE의 추천권까지 사라진다면 민영화 이후 이어져 온 과점주주 중심의 이사회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금융의 주주 지형도 민영화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2016년 민영화 당시 7곳 과점주주가 우리은행 지분 29.7%를 나눠 인수했고 매각 이후에도 예금보험공사가 21.4%를 보유했다. 2017년 말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27.2% 수준이었다. 

이와 비교해 우리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4일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6월 말 기준 최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이 8.51%, 블랙록이 7.18%, 국민연금이 6.43%를 보유하는 등 과점주주 중심이던 과거와 비교해 주주 구성도 한층 다변화됐다.

임 회장도 6월 일본과 대만을 찾은 데 이어 이달 유럽 지역을 방문하는 등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직접 챙기며 외국인 기관투자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독립이사 7명 가운데 5명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권에서 내년이 우리금융 이사회 구성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임 회장과 독립이사 7명을 포함해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독립이사 가운데 윤인섭 이사회 의장과 김춘수 감사위원장, 김영훈 보상위원장, 이강행 임원후보추천위원장, 이영섭 리스크관리위원장 등 5명의 임기가 2027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끝난다.

이 가운데 윤인섭 의장은 푸본생명, 김춘수 독립이사는 유진PE, 김영훈 독립이사는 키움증권, 이강행 독립이사는 한국투자증권 추천 인사다. 임기가 끝나는 5명 가운데 4명이 과점주주 추천 인사인 셈이다. 

유진PE의 추천권 유지 여부와 이미 선임된 김춘수 독립이사의 임기는 별개로 이어진다.

다만 내년에는 김 이사를 포함한 과점주주 추천 독립이사들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과점주주 지분율과 추천권 변화 등을 반영해 이사회 구성 방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내년 이사회 인선은 임 회장 2기 경영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임 회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해 2029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우리금융을 이끈다. 독립이사의 첫 임기는 보통 2년이다. 내년 3월 새롭게 선임되는 독립이사는 임 회장 2기 체제를 오롯이 함께 보내게 된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 체제 나날이 희석, 임종룡 2기 이사회 '균형잡기' 과제

▲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의 지분 매각을 계기로 우리금융그룹의 과점주주 중심 이사회 구도에도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여기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 방향도 내년 이사회 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과 최고경영자(CEO)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의 이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독립이사 후보 추천·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 관련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이르면 9월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른 금융지주에서는 이미 독립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주주 참여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올해 독립이사 주주 공개추천 제도를 도입해 독립이사 7명 가운데 4명을 주주추천 인사로 구성했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도 주주가 독립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경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유진PE의 지분 매각으로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체제나 지배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독립이사 추천권과 연임 여부 등은 기존에 마련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당시 주주 구성과 후보자의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