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차별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있지만 이마트는 약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이마트 온라인몰의 경쟁력 강화, 자체브랜드(PB) 확대, 특화형매장 등에 공을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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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27일 유통업계와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대형마트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편의점과 온라인마트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국내 대형마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대형마트 시장은 성장률이 –2.3%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이마트는 오프라인 할인점부분 매출이 전년과 대비해 3.7% 성장했다.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129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1% 늘었다.
경쟁사인 롯데마트가 지난해에도 적자행진을 이어간 점과 비춰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는 기존점 성장률이 –3.3%를 기록하면서 이마트와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마트가 홀로 두각을 드러내는 데 정용진 부회장이 일찌감치 사업다각화에 집중한 공이 크다.
자체브랜드와 특화형매장으로 오프라인 고객이탈을 방어했을 뿐 아니라 이마트몰사업도 적극 확장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것이다.
유민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 만큼 자체브랜드와 온라인 인프라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회사는 없다”며 “최근 유통시장의 소비추세 변화로 이마트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초 쿠팡 등 소셜커머스에 맞서 적자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몰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등 온라인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단기적 수익악화를 감수하고 과감한 시도로 온라인 고객들의 유입을 얻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몰 매출은 급격하게 신장 중“이라며 ”이마트 전체 매출에서 이마트몰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마트몰 매출은 2015년보다 26.6% 늘었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직접 홍보에 나서는 등 자체브랜드상품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이마트는 자체브랜드가 성장하면서 2015년 1분기에 13분기 만에 매출이 늘어나기도 했다.
자체브랜드는 앞으로도 이마트의 성장을 이끌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를 앞세운 자체브랜드는 1인가구가 증가하고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이마트 자체브랜드 제품의 경우 2015년과 대비한 지난해 매출신장률이 각각 1분기 10%, 2분기 11%, 3분기 24%로 높아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생산의 경우 특히 원가절감이 가능해 마진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 자체브랜드 제품이 유통업체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디지털가전 전문매장과 ‘키덜트’ 매장을 함께 구성해 일렉트로마트를 내놓은 것 역시 발 빠른 소비트렌드 대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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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렉트로마트 영등포점이 선보인 RC카 전문매장.<뉴시스> |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0~50대 남성 1인가구의 증가로 온라인쇼핑과 남성 취향 소비가 극대확될 것”이라며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 등 이 소비계층에 부합하는 유통채널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기존 할인점 매출 증가율이 0.5%였지만 전체 할인점 매출은 4%를 보였다. 일렉트로마트의 매출증가가 할인점 매출에 반영된 덕분이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역시 연매출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불황형 매장'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개점 24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할인점을 열지 않는 대신 트레이더스 매장 3개를 개장한다. 트레이더스는 올해 매출목표로 1조4860억 원을 잡았는데 지난해보다 24% 증가하는 것이다.
이마트는 최근 유통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2017년 가이던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가이던스를 통해 올해 이마트의 연결기준 매출이 지난해보다 9.2% 증가해 16조1500억 원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마트의 미래가 안갯속에 빠져있지만 이마트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저출산에 따른 20~30대 고객층 감소로 신규출점의 여지가 줄어들어고 있다. ‘규모의경제’를 전략으로 삼기 힘들어진 셈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가이던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내실화를 통한 성장”이라며 "이마트는 자체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 등 소비자 유인책을 통해 신규출점없이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