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국내 완성차회사 5곳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부진이 깊어진 원인으로 주력 제품의 경쟁력 약화, 국내 소비자의 불신, 노사갈등 등이 꼽히는데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도 똑같이 이런 원인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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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해 국내 완성차회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내수판매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각각 65만8642대, 53만5천 대를 팔았다.
전년도와 비교해 현대차의 국내판매는 7.8% 줄었고 기아차의 국내판매는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차, 쌍용차의 국내판매는 각각 13.8%, 38.8%, 3.9% 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성장률을 앞섰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회사 3곳의 국내판매가 늘었지만 지난해 국산차 판매는 오히려 0.56% 줄었다. 국산차 판매에서 현대차의 비중이 큰 탓에 현대차의 부진이 국산차 판매부진을 낳은 셈이다.
국내 완성차회사 5곳만 놓고 보면 현대차의 지난해 내수점유율은 41.46%로 2015년 45.21%와 비교해 4%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기아차의 지난해 내수점유율은 33.68%로 2015년 33.39%에서 소폭 늘었다.
수입차 판매량까지 포함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점유율은 60% 대로 떨어진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2009년 80%에 육박했지만 최근 3년 동안 70%를 밑돌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안방시장에서 부진한 요인으로 주력 제품의 경쟁력 약화와 국내 소비자의 불신, 그리고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등이 꼽힌다.
지난해 현대차 아반떼와 쏘나타의 판매량은 전년도와 비교해 각각 6.6%, 24.2% 감소했다. 현대차의 주력 SUV인 싼타페의 판매량도 17.2%나 줄었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K7과 쏘렌토 판매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모닝과 K5, 그리고 카니발 판매가 전년도와 비교해 각각 15.1%, 23.9%, 2.4%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공격적으로 신차를 투입해 내수판매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경쟁 완성차회사도 신차 투입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수부진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력 판매 차량이 말리부, QM6 등에 밀려 극심한 판매 부진을 보였고 특히 지난해 12월 현대차 그랜저의 판매강세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판매 실적은 국내 완성차회사 5곳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며 “올해도 경쟁사들이 크루즈, SM4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계속 출시할 예정이어서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점유율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타2 엔진 결함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또다시 ‘안티 현대차’ 정서가 일었던 점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부진을 깊게 만들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이 탑재된 쏘나타 차량을 리콜했지만 국내에서는 리콜을 실시하지 않고 보증기간만 미국 수준으로 연장했을 뿐이다.
국토부는 현재 세타2 엔진이 탑재된 차량의 결함 여부를 조사 중이다.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가 해를 넘기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현대차와 기아차 불만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한 목소리로 지난해 판매부진의 이유로 노조파업에 따른 생산차칠을 꼽았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수차례 파업을 벌이면서 각각 14만 대, 11만 대 정도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고 회사는 추산했다.
올해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과 함께 단체협약도 협상해야 한다. 9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노조위원장 선거를 치르는 점과 현대차 노조의 지위가 금속노조 지부에서 지회로 변경될 가능성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노사관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