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 노조가 회사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2017년을 맞이한다.
조선3사 노조는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맞서고 있어 2017년에도 임단협을 이른 시일 안에 타결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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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30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노사는 9월 말 이후 현재까지 올해 임단협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9월 말에 임단협 협상이 결렬된 뒤 노동자협의회에 새 지도부가 뽑혀 재교섭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사측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삼성그룹 임원인사가 보류된 상황이라 재협상을 위한 교섭단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보통 12월 초에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으나 박근혜 게이트에 따른 특검의 수사 등으로 인사일정을 미뤘다.
박영수 특검의 수사가 최소 2월 말까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임단협 교섭이 내년 초에도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조선업계는 삼성중공업 사측이 교섭단은 꾸린다고 하더라도 임단협 협상이 쉽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회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구계획안을 철회하고 구조조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수주가뭄 상황에서 자구안을 차질없이 이행해야 회사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까지 올해 초보다 인력을 최대 40%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삼성중공업 임직원은 3분기 말 기준으로 1만2179명인데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인력이 18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2016년 임단협을 두고 조선3사 노사 가운데 가장 많이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았으나 여전히 적절한 타협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8일 68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전 교섭들과 마찬가지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협상이 끝났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올해 마지막 공식 교섭에서도 변함없는 교섭태도로 일관하며 내년에 예상되는 물량감소를 핑계로 조합원들의 고통분담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가 2017년 상반기에 비조선사업부 6곳을 분사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주력사업인 조선·해양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분사 추진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서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1월 중순에 사측에 앞으로 이뤄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쟁의활동을 벌이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해 앞으로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전혀 할 수 없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감원을 통해 내년 인원을 올해보다 3천 명가량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노조는 감원 한파가 생산직까지 몰아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든 대량해고를 막으려고 하지만 임단협에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3사 노조는 2016년 임단협에서 구조조정 중단을 교섭의 전제조건을 꼽았지만 회사의 입장과 입장차이가 커 사실상 아무것도 얻어낸 것이 없다”며 “앞으로도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17년 초에도 임단협이 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