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3사가 연말 잇달아 수주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선가가 바닥에 머물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아직까지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는 수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지만 고정비용이 큰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주경쟁에서 계속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형편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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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선박가격이 몇 달째 바닥 수준에 머물면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11월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의 신조선가지수는 10월과 마찬가지로 12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1988년 1월의 선가를 100으로 잡아 특정시점의 선박가격 평균을 나타내는 지수다. 124포인트는 2004년 1월(123포인트) 이후 최저치다.
한때 선박가격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여전히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신조선가지수는 이미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던 올해 초 131포인트보다도 7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중국 조선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저가수주를 이어가면서 선가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은 일감확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시장가격보다 10%가량 낮은 가격에 선박 건조계약을 따내는 등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계약할 때 받는 선수금을 전체 선박가격의 3% 수준으로 받는 조선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국내 조선사들은 저가수주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이란의 국영선사 이리슬(IRISL)로부터 수주한 7억 달러 규모의 선박 건조계약을 놓고 저가수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현재의 선박가격을 고려할 때 저가수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조선사들은 과거 저가수주로 크게 피해를 본 경험이 있어 아직은 출혈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 조선 3사가 2014~2015년 잇달아 적자의 늪에 빠진 원인은 바로 해양플랜트와 선박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벌어진 저가수주였다.
정부 차원에서 각 프로젝트의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저가수주를 막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올해 초 해양금융종합센터 안에 설립된 조선해양사업정보센터는 11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프로젝트의 사업성 평가를 진행했다.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공동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에 설치한 기구다.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는 5억 달러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평가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여부를 가리는 곳으로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의 수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국내 조선사들이 선가 때문에 수주경쟁에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조선업의 경우 도크와 야드 등 설비와 고용인력에 따른 고정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일감 확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소 입장에서도 저가수주의 유혹은 크다. 보통 선박 건조계약을 맺으면 전체 선박가격의 10%가량이 선수금으로 조선소에 들어온다. 그 뒤 공정이 진행되면서 나머지 금액이 순차적으로 입금된다.
저가로 배를 수주했더라도 현금이 계속 들어오면 조선소를 돌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조선소 입장에서 저가수주를 하는 게 당장 운영에 유리하다.
결국 선가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선가가 낮을 때 저가수주를 해버리면 선가가 더욱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며 “선가가 낮을수록 제값에 수주해 선가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