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현웅 법무부 장관(왼쪽)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 |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 사정라인의 핵심인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동반사퇴는 처음 있는 일이다. 박근혜 정권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사직하는 게 도리”
23일 법무부와 청와대에 따르면 김 장관과 최 수석은 사퇴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과 최 수석은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받게 된 초유의 사태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박 대통령의 수용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김 장관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21일은 검찰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보고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다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이다.
박 대통령 측은 20일 검찰의 사결과 발표 직후 ‘사상 누각’ ‘인격 살인’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조직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런 일련의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 수석의 경우 청와대로부터 임명장(18일)을 받은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사퇴의사를 밝혔는데 그만큼 부담감이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최 수석은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조직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검찰수사 발표에 대해 청와대가 예상 밖으로 강경 대응하자 곤혹스러움을 느꼈을 수 있다.
검찰은 ‘99% 입증 가능한 것만 공소장에 담았다’고 밝혔는데 그만큼 수사결과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치부했는데 이 과정에서 최 수석은 청와대의 입장을 일방 내세우기도, 그렇다고 후배검사들의 공소장내용을 마냥 부정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시달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수석이 이런 상황에서 물러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박 대통령 측 반발 표명에 민정수석실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최 수석의 ‘결심’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입장에서는 최 수석의 사퇴로 향후 박 대통령 수사에서 큰 부담 하나는 덜 수 있게 됐다.
◆ 심상정 “박근혜 정권 붕괴의 물꼬 터져"
두 사람의 사퇴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박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수석의 사퇴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문고리 3인방‘과 같은 최측근들을 모두 떠나보낸 박 대통령이 ’마지막 호위무사‘마저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
|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
두 사람의 사퇴가 단지 장관 한 사람, 수석비서관 한 사람 물러나는 게 아니라 정부와 청와대의 시스템 붕괴로 여겨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권의 탄핵 움직임과 국민들의 100만 촛불집회에도 꿈쩍않던 박 대통령이 결국 하야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두 사람의 사퇴를 계기로 다른 각료들의 ‘도미노 사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법무장관은 검찰을 책임지는 주무장관으로서 박 대통령이 검찰을 부정하고 나섰기 때문에 사임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국무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대통령 한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라며 “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이렇게 사퇴하는 방식으로 국민민심에 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정권 붕괴의 물꼬가 터졌다”고 평했다.
심 대표는 “피의자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거부하고 청와대를 범죄 은폐와 법적 방어에 동원하는 참담한 상황에서 법을 다루는 공직자의 마땅한 처신”이라며 “남은 청와대 정무직과 나머지 장관들도 사퇴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침몰하고 있는 난파선에서 선원들이 하나둘씩 탈출하고 있는 광경”이라며 “거짓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