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8월15일 위스콘신주 밀위키에 위치한 에너지 기업 인게팀 공장을 방문해 IRA를 비롯한 경제정책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CHIPS Act) 투자를 받고도 생산 투자를 늦춘 기업이 과반에 가깝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건설 비용이 증가해도 정부 지원자금 가운데 일부는 제품 생산에 맞춰 나중에 이뤄진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됐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TSMC의 공장 연기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을 둔 제조업 육성 정책인 IRA와 반도체법으로 투자받은 프로젝트 가운데 40%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미 당국은 모두 4천억 달러(약 548조2천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약속해 국내외 친환경 제조업과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들 대상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가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무기한까지 투자를 미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업들이 제품 수요가 둔화했거나 시장 상황이 악화됐다는 판단 아래 투자를 늦추려 한다고 분석했다.
IRA와 반도체법 모두 제품을 특정 물량 이상 생산해야 일부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조건을 설정해둔 점 또한 프로젝트 연기 요소로 지목됐다.
공급망 경색이나 노동력 부족으로 물가가 상승해 건설 비용이 증가해도 정부 지원금은 나중에나 받을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려는 움직임이 나온다는 것이다.
애리조나주 카사 그란데의 크레이그 맥팔랜드 시장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기업들은 노동력이나 공급망 문제로 고비용 문제에 직면해 있다”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건설을 무기한 중단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이 IRA 투자 대상 가운데 일정을 미룬 가장 규모가 큰 사례로 꼽혔다. 애초 LG에너지솔루션은 23억 달러(약 3조1530억 원)를 들여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ESS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다.
이를 놓고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생산 시설 운영을 최적화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낸 적이 있다. 함께 착공한 전기차용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공장은 예정대로 건설해 2026년 가동할 예정이다.
대만 TSMC가 반도체법 지원을 받고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건설하던 반도체 1공장도 처음 계획했던 2024년 말에서 가동 시점을 2025년으로 미뤘다. 제2공장 또한 2026년이던 가동 시기를 늦으면 2028년까지 연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기업 외에도 에너지 기업 에넬이나 리튬기업 앨버말 등도 투자 시기를 조정한 기업들로 거론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반도체법 자금 지원 속도가 느리고 IRA 규정의 명확성이 부족해 여러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라며 “또한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