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첫 ‘조 단위’ 금융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했지만 모두 중소형 금융사를 들여다보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금융은 게다가 보험사보다도 증권사를 우선시해 왔다.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조 단위 금융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
임 회장 취임 뒤 대형 증권사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 롯데손보가 단단한 건전성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 등이 우리금융의 이번 인수전 참여 배경으로 꼽힌다.
25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들여다보는 ‘조 단위’ 매물로 여겨진다. 이날 기준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은 1조1622억 원이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상상인저축은행, 포스증권의 인수를 검토하거나 추진했는데 시장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몸값은 각각 3천억 원, 500억 원 안팎에 그쳤다.
은행 의존도 90%를 넘기는 우리금융에게 보험사의 가치는 매우 높다.
특히 보험업 가운데서도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주력상품인 종신보험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보사와 달리 손보사는 상해와 질병 등 건강유지를 위한 건강보험 수요 증대 등에 힘입어 전망도 상대적으로 밝게 평가된다.
롯데손보 자체 매력도 크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영업이익 3973억 원, 순이익 3024억 원을 거둬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2조5천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롯데손보를 품에 안았다고 단순 가정하면 순이익이 단숨에 10% 이상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KB금융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을 품에 안은 뒤 순이익을 크게 늘리며 국내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단단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땅한 증권사 매물이 없다는 점도 임 회장이 보험업으로 시선을 돌린 주요 배경으로 평가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매력적 증권사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요 증권사들은 주식시장이 살아나며 소매영업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 때문에 최근 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한 뒤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을 위한 우리금융의 출자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은 금융지주가 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100%보다 낮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8.6%다”며 “금융당국 권고비율 130%에 이를 때까지 약 7조5천억 원의 지분투자가 가능하며 부채비율도 7.4%로 매우 낮아 대규모 차입을 통한 인수합병도 가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 롯데손보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3조 원에 달하는 매각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롯데손보의 높은 가격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롯데손보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지분 77% 매각가로 3조 원 수준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총보다는 보험사의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에 따라 값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손보의 CSM은 지난해말 기준 2조3966억 원이다.
또한 주요 금융지주를 비롯해 사모펀드가 다음 단계 입찰에 참여해 매각가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의 KB손해보험을 제외하면 손해보험사의 기초체력은 탄탄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본입찰에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이 뛰어들며 ‘조 단위’ 매각전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임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이번 인수전에 발을 들였고 적정 가격이 아니면 과도한 지출은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적정 가격으로 인수하더라도 소요비용이 조 단위인만큼 앞으로 대형 증권사 인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권에서는 액수가 큰 결정인 만큼 사전에 임 회장과 이사회 사이 교감도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과거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와 관련해 이사회 반대로 인수가 무산됐던 경험이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꾸준히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그룹의 전체적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