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들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가기 위해 이삿짐을 싸는 종목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전상장 효과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통념상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옮기면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기관투자자금 유인 효과가 줄어들어 '역효과'가 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의 꼬리’보단 ‘뱀의 머리’가 낫다? 기관 이탈에 코스피 이전상장 효과 무색

▲ HLB가 코스피 이전상장 주선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날 밝히며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LB는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주선인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 포스코DX, 엘앤에프도 이전상장을 공시해 둔 상태다. 이들에 앞서 이미 3개 종목이 이전상장했으므로 올해 이전상장이 완료⠂예고된 종목은 총 6개인데 2010년 이후로 최대치다.

여기에 더해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이전상장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상장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역시 주가 상승이다. 코스피 종목이 되면 기업 이미지 제고, 공매도 일시 제한 등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들이 생겨난다. HLB가 공시에서 밝힌 이전상장 목적도 ‘주주가치 제고’, 즉 주가를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이전상장한 3개 사례들을 보면 이전상장이 주가를 견인하는 모멘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NICE평가정보는 8월8일, 비에이치는 6월20일, SK오션플랜트는 4월19일 각각 이전상장했다. 그러나 이전상장 이후 이날까지 주가는 각각 14.75%, 25.53%, 8.94% 하락했다.

이전상장 이후 1개월 기준으로 봐도 주가는 각각 18.08%, 6.16%, 9.68% 빠졌다. 코스피 이전상장은 상승재료로 전혀 작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엉뚱하게도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기관투자자발 유동성 감소로 보인다. 보통 기관투자자들은 코스피 종목에 투자할 때 코스피200 지수를, 코스닥은 코스닥150 지수를 선호한다.

코스닥150에 편입되기 위한 기준선은 시총 5천억 원 정도다. 각각의 이전상장일 기준으로 NICE평가정보의 시총은 6411억 원, 비에이치 9615억 원, SK오션플랜트 1조1605억 원으로 모두 코스닥150에 속해있던 종목들이다.

반면 코스피200의 기준선은 1조2천억 원 수준인데 이에 가장 근접한 SK오션플랜트의 시총도 이날 기준 1조1785억 원으로 아직 코스피200 편입 종목이 아니다.
 
‘용의 꼬리’보단 ‘뱀의 머리’가 낫다? 기관 이탈에 코스피 이전상장 효과 무색

▲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시총은 이날 순위 기준 코스피 13, 14위로 단번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세 종목은 코스닥에선 나름 비중을 차지하며 기관투자자금 유입 효과를 누렸지만 코스피에서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으로 줄어들어 기관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뱀의 머리’를 포기하고 ‘용의 꼬리’를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운 결정이 됐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 종목은 주요 지수에서 빠지게 되면서 관련 수급 지원을 받을 일이 없어져 이전상장 이후 관심도가 떨어졌다”며 “이에 주가가 소외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코스닥150을 추종하는 기관들이 많은데 여기에서 이탈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 종목이 특별히 주목을 받는 업종에 속한 것도 아니어서 더더욱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HLB, 포스코DX, 엘앤에프는 이날 기준 시총이 각각 3조8872억 원, 7조9970억 원, 6조5195억 원으로 이전상장시 모두 ‘용의 머리’ 코스피200에 편입될 수 있는 종목들이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시총도 각각 27조 원, 25조 원 수준으로 코스피로 간다면 기관 수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HLB를 제외하면 모두 2차전지 관련 종목인데 최근 업종에 대한 분위기 좋지 않아 수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에 대해 8월에 이어 여전히 주가 상승 지속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역시 앞으로 다가올 금리 상승 리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발 정치 및 정책 리스크 때문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재출마를 선언하며 당선된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행하고 있는 전기차 지원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