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3-09-06 15: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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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을 일컫는 '일학개미'를 끌어들이기 위한 증권업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주식 규모가 중국을 넘어선 가운데 일본 증시의 상승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 일본증시가 반등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도쿄 증권거래소.
6일 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증권정보 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내투자자의 일본주식 보유액은 약 34억3649만 달러(약 4조5천억 원)로 중국주식 보유액(31억2197만 달러)를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일본주식 보유액은 28억4398만 달러로 중국주식 보유액(44억2278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상반기를 거치면서 역전된 것이다.
일본증시가 반등하면서 일학개미의 투자규모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증시는 리오프닝(경제 재개방) 후유증 및 부동산 부문의 리스크가 떠오르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들어 닛케이225 지수는 27% 가량 상승하며 버블시대 이후 유례없는 상승기를 보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닛케이 지수의 수익률은 21.2% 수준으로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24개국 가운데 2번째로 높았다.
일본증시 상승 배경에는 엔저의 지속과 미국 리쇼어링(공급망 개편)에 따른 수혜 등이 꼽힌다. 엔저에 따라 일본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높아졌으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짜면서 일본 기업들에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구조적이어서 향후에도 일본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케다 유우노스케 노무라증권 수석 주식전략가는 최근 일본증시 지수의 예상 범위를 상향조정했다. 그는 2024년 1~3월 닛케이 예상 범위를 3만2천~3만8천 (기존 2만9천~3만2천)으로 높여 잡았으며 토픽스(TOPIX)도 2200~2600 (기존 2025~2250)으로 상향했다.
이케다 전략가는 “엔저의 지속과 기업 이윤의 개선세가 생각보다 컸다”며 “이에 일본기업의 수익성 전망이 기존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에 주목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증시와 마찬가지로 일본증시에서도 AI(인공지능)용 반도체 시장 업황 전망에 힘입어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올해 들어 닛케이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은 두 종목은 어드밴테스트(109.9%),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101.4%)로 모두 반도체 관련 종목이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반도체 전공정 장비 내 글로벌 점유율이 미국(44%)에 이어 2위(29%)로 상당 수준 지배력을 갖춘 국가다”며 “반도체 업종이 하반기 일본증시에서 회복의 대표 섹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올해 들어 닛케이 지수에서 반도체 업종인 어드밴테스트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사진은 군마현에 위치한 어드밴테스트 공장. <어드밴테스트>
일본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 및 운용사는 일학개미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우선 증권사들은 일본주식 거래 수수료 감면과 환전 우대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일본주식 온라인 매수수수료 제로’ 이벤트를 전날 개시했다.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별도 신청 없이 연말까지 수수료 무료 혜택이 자동적용된다. 엔화 환전수수료 95%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유안타증권도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약 3800개 종목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여기에 더해 신청자를 대상으로 100엔 당 1원의 엔화 환전 우대 수수료를 제공하며 100만 엔 이상 일본주식을 매매한 투자자에게는 1만 원 상당의 주식쿠폰을 증정한다.
한편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8월31일 ‘아리랑 일본반도체 소부장 솔랙티브 ETF’를 코스피에 상장했다. 도쿄일렉트론, 신에츠화학, 호야,어드밴테스트 등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소부장 대표기업 20개 종목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일본 주식시장 강세로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일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ETF는 닛케이, 토픽스 등 일본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밖에 없었다”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일본의 유망 섹터를 소개하고 다양한 일본 투자 대안을 제공하고자 이번 ETF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