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미국 정부가 내건 반도체 보조금 조건 영향으로 메모리반도체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기업이 앞으로 한국과 미국에 설비투자를 집중하면서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중국의 낸드플래시 생산점유율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한국산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16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제공에 10년 동안 중국에 투자를 금지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반도체기업들의 중국에 투자하려는 의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미국에서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반도체기업은 중국 등 우려국가에서 향후 10년 동안 첨단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중국에서 ‘실질적 확장’을 하거나 10만 달러 이상의 ‘중대한 거래’를 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구형 범용반도체의 경우 10% 이상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것이 금지된다. 미국 상무부는 범용반도체 기준으로 로직 반도체는 28나노, D램은 18나노, 낸드플래시는 128단으로 규정했다.
현재 주류 D램이 10나노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는 사실상 중국에서 5% 이상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현재 중국에 D램 생산공장을 두고 있지 않으며 향후 D램 설비투자도 각각 한국과 미국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D램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4%에서 2024년 13%, 2025년 12%로 지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한국의 D램 생산 비중은 2023년 64%에서 2025년 65%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낸드플래시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월 27만 장(웨이퍼 기준) 수준의 낸드플래시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월 9만장 정도를 중국 다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들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약 26%를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128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생산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보다는 한국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낸드플래시 생산 점유율은 2023년 31%에서 2025년 18%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낸드플래시 생산 점유율은 33%에서 43%로 10%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트렌드포스는 “많은 미국 기업들이 이미 지정학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업체에 생산시설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TSMC와 같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비중(12인치 웨이퍼 기준)이 2023년 7.5%에서 2025년 7.2%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