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20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지만 의원수를 늘리지 못하는 한계 속에서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24 정치개혁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월23일 국회 앞에서 선거개혁 원칙과 방향에 따른 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정치권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여야는 2024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를 논의하기 위해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기로 합의하며 선거제 개편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사표방지’와 ‘정치다양성 확보’ 등을 내걸고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의원정수 확대라는 한계에 부딪혀 선거제도 개편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30일부터 2주간 열리는 국회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국회 전원위는 국회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 모여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2003년 3월 이라크 파병 동의안 논의 이후 20년 만에 열리게 됐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22일 전원위에서 논의할 세 가지 선거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정개특위가 의결한 안은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다.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도시 지역만한 지역구에서 3~5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고 비례대표제는 권역별로 정당 투표를 통해 뽑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비례대표 권역구분은 6개 또는 광역지자체별로 나눠 17개를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4~7명을 뽑는 대선거구제를 실시하고 비례대표는 전국적으로 통일해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대선거구의 경우 동일 정당 소속 여러 후보 가운데 다수 득표자 순으로 선출된다.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원 선출은 현재와 같이 선거구당 1명을 선출하고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나눠 지역구 의석 수와 연동해 결정한다. 해당 권역 지역구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과 비례한 수의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문제는 거대 양당이 국민 여론을 의식해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당초 정개특위의 개편안에는 의원 수를 50명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수 확대를 향한 국민여론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의식해 현재 300명을 유지한 상태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어찌해야할지를 묻는 질문에 ‘줄여야 한다’ 57%, ‘300명이 적당하다’ 30%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7%가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고 대답한 것이다.
하지만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제도 개편안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여야가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3일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에서 “국민 대다수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원치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공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며 “현직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지역주의와 불비례성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사실상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원정수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3일 국회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양당 지도부가 의원정수 의제를 전원위 토론에서 배제시킨 것은 유감”이라며 ‘50명 증원’을 백지화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약속하고 의원 수에 관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의원 수 확대에 따른 비용을 늘리지 않음으로써 반대 여론을 가라앉히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예 국회의원 수를 500명으로 늘리자는 파격적 주장도 있다.
녹색당은 전날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와 이탄희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OECD 평균은 의원 1명이 인구 10만 명을 대표하는데 우리나라는 의원 1명이 인구 17만 명을 대표한다”며 국회의원 수를 500명으로 늘려 의원 한 명이 누리는 특권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의원정수를 31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언급하며 “세비 동결과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하면 되지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제 개편을 위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의원정수 확대 불가’라는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방송 여의도 정치외전에서 “의원 수 300명이 국민들의 감정적 저지선이고 (선거제 논의는) 숫자 문제에서 딱 걸린다”며 “(선거제 개편은)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고 바라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