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전되면서 롯데캐피탈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대표가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고바야시 대표와 롯데캐피탈이 한국과 일본 롯데에서 비자금 조성의 핵심 창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엄청난 현금 보유한 롯데캐피탈
22일 검찰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2011년만 해도 자산이 3조원 규모에 그쳐 캐피탈업계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자산이 6조3천억원을 넘어서며 현대캐피탈에 이어 캐피탈 업계 2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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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캐피탈 대표. |
여신금융협회에 가입한 43개 캐피탈사 가운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자산이 2배 이상 늘어난 곳은 롯데캐피탈뿐이다.
업계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롯데캐피탈이 고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밑바탕이 됐다고 파악한다.
롯데캐티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888억5700만원을 냈는데 절반인 464억8900만원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66개 특수관계자와 리스거래에서 발생했다. 대부분이 차량 리스사업으로 추정된다. 롯데 계열사들이 롯데캐피탈을 통해 차량을 리스하고 이용료를 지불하는 사업구조다.
캐티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캐피탈사들도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하지만 대개 자동차 제조업체와 손잡고 하는 자동차할부금융이 대부분”이라며 “롯데캐피탈처럼 거의 모든 계열사에서 리스 수익을 올리는 사업구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롯데캐피탈은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3월 말 현재 은행권 정기예금 등으로 예치된 현금성 자산이 761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쓰지 않고 남아 있는 신용공여한도가 3천억원이 넘는 등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만 1조 원이 넘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의 이런 유동성 규모는 상위 캐피탈사 5곳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일각에서 신동빈 회장이 향후 롯데그룹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소요될 실탄을 쌓아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 고바야시 대표는 누구인가
고바야시 대표는 롯데캐피팔 대표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겸직하고 있다.
한국에서 소규모 계열사 사장에 불과하지만 실상은 그룹 전체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금고지기’인 셈이다. 그가 ‘막후 실력자’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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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
고바야시 대표는 이미 일본의 종업원 지주회를 장악했고 이를 통해 임원지주회까지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존재감이 드러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업무방해 및 재물은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부터다.
당시 피고발자 명단에는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와 고바야시 대표도 함께 들어 있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일찌감치 고바야시 대표를 신 회장과 ‘동급’으로 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신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하는 등 롯데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배후조종자로 고바야시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고바야시 대표는 올해 67세인데 일본 도쿄의 명문 국립대 히토쓰바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다. 그는 법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일본 6대 은행 중 하나인 산와은행(현 UFJ은행)에 들어가 뱅커의 길을 걸었다.
신동빈 회장과 고바야시 대표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신 회장이 롯데그룹에 몸담기 전 노무라증권에서 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 관련 업무가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바야시 대표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 된 뒤 돌연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검찰의 칼끝을 피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고바야시 대표에 대한 조사 여부가 한국과 일본 롯데 비자금 수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