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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3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임기를 시작했다. |
정부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를 간선제에서 이사회 호선으로 변경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농축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회장에 뽑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농축산업계에 따르면 농협법 개정안대로 농협중앙회 회장이 선출되면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농협법 개정안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부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농협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키려면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겨우 28명이 모여 뽑는 이사회 호선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하면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사회 내부에서 회장을 선출하게 되면 ‘입맛’에 맞는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호선제는 군사정부 시절의 임명제로 회귀시키는 것과 같아 조합의 자율성을 짓밟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농협조합장들이 선출한 대의원 290여 명이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지 않고 28명으로 구성된 농협중앙회 이사회가 구두 추천을 통해 회장을 뽑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식품부는 “비상근 명예직인 농협중앙회장을 선거를 통해 뽑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독일, 프랑스 등 선진 협동조합 사례를 봐도 호선제가 협동조합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장은 정부임명제에서 1988년 농협 조합장 전원이 투표하는 직선제로 바뀌었고 2009년 6월 대의원을 통한 간선제로 다시 변경됐다.
농협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권한도 대폭 줄어든다.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내년 2월까지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기능이 경제지주로 완전히 이관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사업전담대표에게 위임해 전결할 수 있도록 하는 중앙회장의 업무규정이 삭제됐고 중앙회 이사회의 의결사항도 중앙회가 직접 수행하는 내용으로 한정됐다.
현재 농협중앙회장은 농협 내 사업조정, 조합감사 등의 업무를 사업전담 대표에게 위임하고 있는데 이를 아예 대표들의 고유 권한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사업에 관한 농협중앙회장의 직접적인 권한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정부는 농협중앙회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비리 등의 부작용을 양산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1대부터 3대 민선 회장이 모두 비리로 구속됐고 최원병 전 회장과 현 김병원 회장도 검찰수사를 받았다.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김병원 회장이 올해 초 당선된 것도 농협법 개정안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농협경제지주 폐지’안을 들고 나와 당선됐다. 김병원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호남 출신인 김 회장의 당선은 농협중앙회의 ‘정권교체’ 성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회장과 경쟁했던 이성희 후보는 최원병 전 회장계로 분류된 인사였다.
최원병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지상고 동문이었고 최 전 회장은 2008년 정부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는 대의원들의 기대를 받고 당선됐다. 최 전 회장은 2012년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농협법 개정안을 19일 저녁 언론보도를 통해 갑자기 알게 됐다”며 “전국 조합장들이나 대의원 등 외부의 의견을 수렴한 뒤 농협중앙회 차원의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