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5월 ‘조건부 투자계약’을 맺은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금액을 650억 원에서 800억 원가량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본입찰에서 하림그룹과 국내 사모펀드 등 10여 곳이 넘는 인수희망자들이 모두 입찰을 포기한 가운데 쌍방울만이 유일하게 본입찰 일정을 완주했다.
이제 이번 인수전의 관건은 쌍방울의 인수의지가 어느 정도 금액으로 나타났느냐 하는 것이다.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평가항목은 크게 계량지표인 입찰금액·자금투자방식·자금조달방식과 비계량지표인 경영능력·고용승계계획·매각절차 진행의 용이성 등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배점이 가장 큰 항목은 입찰금액으로 여기에 부여된 가중치가 70%를 웃돌아 일단 입찰금액이 높으면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만약 입찰금액이 비슷하다면 자금투자방식과 자금조달방식을 비롯해 향후 경영 정상화계획 등을 두고 판단하게 된다.
과거 국내에서 스토킹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입찰 사례들을 살펴보면 우선매수권자가 실질적 인수 내정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스토킹호스 방식에서는 기본적으로 준비가 잘 돼 있고 인수 상대방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인수후보가 우선매수권자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아 이 입지를 활용해 비계량적 지표 경쟁에서도 계속 앞서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처럼 우선매수권자인 성정이 어느 정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볼 수 있으나 쌍방울의 인수 의지 역시 확고하다는 점에서 결론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나온다.
쌍방울그룹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시작부터 김정식 전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를 인수위원장으로 영입해 인수금액 결정과 비계량지표 싸움에서 모두 이긴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쌍방울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1천억 원대 초반 금액을 써 낸 것으로 바라본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정확한 입찰금액과 자금출처 등을 벌써 공개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인수전에서 승리하고 향후 이스타항공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뒀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6월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선정하기로 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이스타항공에 대한 세부 실사를 거쳐 7월20일까지 구체적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뒤 자금을 투입해 인수절차를 마무리 짓게 된다.
항공업계는 정부의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 등 제반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스타항공이 10월부터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이 성정과 쌍방울의 대결로 좁혀지면서 성정이 어떤 기업인지를 놓고도 관심이 쏠린다.
성정은 충남 부여시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 등을 통해 충청권에서 골프장과 리조트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본업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해 항공사 인수에 큰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관계사인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은 연간 300억 원, 140억 원 매출을 내며 기업규모는 쌍방울그룹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투자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정은 2010년 티웨이항공(구 한성항공) 인수에도 나섰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다. 당시 티웨이항공 인수금액은 800억 원이었다.
성정이 항공사를 확보해 수도권과 일본 및 중국 관광객들을 그룹의 골프장과 리조트 등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성정의 골프레저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들은 '트래블버블'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관광레저산업 되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트래블버블이란 방역 우수국 사이 협정을 통해 백신 접종을 마친 여행객의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올해는 일본 도쿄올림픽 등을 비롯해 지난해 코로나19로 연기된 여러 국제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해외여행 재개에 따른 항공업황 회복이 본격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성정으로서는 지금이 저비용항공사를 인수할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청주국제공항에서 다시 국제선 하늘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충청권 재계도 성정의 인수전 승리를 기원한다.
충청권에는 청주국제공항이 있지만 2010년 티웨이항공이 청주를 떠난 뒤로 이곳을 연고로 해외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없다. 2021년 3월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가 운항을 시작했으나 아직은 취항지가 제주노선에 그치는 등 지역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