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제 3지대 신당 창당'으로 해석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제 3지대 인물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길들이기'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16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나기로 했다. 금 전 의원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를 도운 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평범한 만남'을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금 전 의원과 함께 제3지대 창당의 밑그름을 그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금 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신당을 만들겠다”며 제3지대 신당을 예고했다.
김 전 위원장도 13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에 안 갈 것 같다”며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와 윤 전 총장이 함께 참여하는 제 3지대 신당의 큰 그림을 그리는 듯한 발언이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강한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이 나오면 당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게 돼 있다"며 "5월쯤 되면 무슨 빛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에 무게를 실었다.
주목되는 지점은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강력히 비판한 대목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의원들이 정강·정책에 따라 입법활동하는 것도 전혀 안 보인다. 그러니 국민이 '저 당이 진짜 변했나'라는 말을 한다"며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국민의힘으로 대통령선거를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아사리판’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안 갈 것 같다. 저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라고 답했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에서 결코 승리할 '그릇'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모든 발언이 신당 창당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런 발언을 두고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보궐선거 뒤 국민의힘을 떠나면서 국민의힘 중진들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당시 “잘난 사람들이 많아 더 있을 수가 없었다”며 “당대표하고 싶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내 면전에 대고 ‘언제 나가냐’고 묻는 중진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재보선 승리의 공로를 인정받고 당대표 등으로 재추대 돼 내년 대선까지 당을 이끌기를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민의힘 중진들은 이와 반대로 움직였다. 사냥이 끝나면 개를 삶는다는 토사구팽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비판은 국민의힘에서 그를 다시 '모셔가라'고 촉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13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에게서 받은 실망감을 토로하며 "더이상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에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심은 그 반대편에 있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