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주식’ 현대글로비스, ‘이재용 주식’ 삼성 SDS, ‘최태원 주식’ SK.
대그룹 지배구조 관련 회사의 주가가 국회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의 통과 가능성에 큰 폭으로 올랐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22일 전일보다 6.78%(1만2500원) 오른 19만7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 23.29%를 보유하고 있어 증권가에서 ‘정의선 주식’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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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4분기 거둔 영업이익이 시장기대치를 웃돌 것이란 전망도 작용했지만 원샷법 통과 후 지배구조 개편에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점도 주가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주식’으로 불리는 삼성SDS도 전일보다 4.01% 올라 25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삼성SDS는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오너 3세 승계에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되는 회사들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선 삼성물산 주가도 이날 전일보다 2.68% 올랐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원샷법 통과 후 사업재편 추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에 주가가 엇갈렸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전날보다 7.41% 급등한 반면,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1.86% 급락했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주가도 전일보다 4.79% 반등하며 장을 마감했다. 최태원 회장은 SK 지분 23.4%를 보유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원샷법 통과에 사실상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원샷법에 대기업과 재벌을 제외하자는 기존의 주장을 전격 철회해 새누리당의 원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원샷법은 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 관련 절차나 규제를 간소화하거나 해제해주는 것을 주요 뼈대로 한다.
새누리당과 정부안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의 유예기간인 1~2년을 사업재편 기간에 맞춰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지주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보유율도 기존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것도 들어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샷법 통과는 지주회사 변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면서 “원샷법 적용대상은 공급과잉 업종에만 해당하는데, 이에 대한 판단이 자칫 모호할 수 있어 결국 원샷법 수혜가 재벌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원샷법이 10대 재벌그룹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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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왼쪽)와 이목희 정책위의장이 21일 원샷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 '2+2 회동'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시스> |
그러나 최근 재계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경제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등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무조건 반대’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또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위기를 외면하는 정당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3일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원샷법 등을 포함해 현안 법안에 대해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원샷법 잠정 합의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원샷법이 원안대로 임시국회 문턱을 최종적으로 넘을지 주목된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SNS를 통해 “현실을 아는 경제전문가라면 원샷법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거짓말인 것을 안다”며 “(원샷법은)원인 진단도 처방도 잘못된 법”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잔류를 선택한 박영선 의원도 원샷법 원안 통과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비스법과 원샷법은 재벌 특혜법이고 기득권에 특혜 주는 쪽으로 원안이 만들어져 있다”며 “흙수저와 금수저론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만연해 있는데 이런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법이 만들어진다면 새누리당과 협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