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02-02 16:54:44
확대축소
공유하기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신임 사장이 내부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받으며 험난하게 임기를 시작했다.
김 사장이 내부 구성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재직시절부터 갈고 닦은 갈등 봉합실력을 발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신임 사장(오른쪽)이 2일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취임식장으로 가던 도중 '낙하산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에 가로막혀있다. <연합뉴스>
2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취임한 김 사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내부 구성원들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정규직 노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노동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김 사장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이며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이에 김 사장은 분명하게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출근은 첫 날부터 순탄치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원 수십 명은 김 사장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첫 출근길을 막아섰다. 자회사 등 다른 노조 6개도 이날 집회를 열고 '낙하산 임명 반대'를 주장했다.
정규직 노조원들은 ‘졸속 정규직 전환 강행하는 낙하산 반대’, ‘채용 비리로 얼룩진 정규직 전환 원점 재검토’가 적힌 팻말을 들고 김 사장과 1시간 가량 대치했다.
김 사장의 앞을 막은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의견을 물었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며 “낙하산 사장 임명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노조위원장과 30분 동안 면담을 한 뒤에야 취임식이 열리는 대강당으로 향할 수 있었다.
장기호 노조위원장은 김 사장의 취임식에서 축사를 통해 “신임 사장이 사내 정서를 감안해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말을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규직 전환은 사장과 조합원들이 슬기롭게 풀어야 하고 경영철학과 소신에 맞춰 인천국제공항공사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동조합은 앞서 김 사장이 내정된 것을 놓고 "국토교통부 퇴물관료의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6월 보안검색노동자, 소방대원, 야생동물통제 노동자 등 2100여 명을 직접고용하겠다는 방침에 크게 반발하며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퇴진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직접고용 절차와 방식을 두고 보안검색 노조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보안검색노조 사이에서는 의견 차이가 생겨 보안검색노조가 모두 4개로 나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해임된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표면적으로는 법인카드 사용이 문제가 됐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며 발생한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시선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안팎에서 나온 만큼 김 사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을 두고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김 사장은 국토부에서 오래 근무하며 갈등 조율능력이 탁월하고 뛰어난 소통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부 제2차관으로 일하면서는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김 사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실적 악화, 공항 터미널의 면세점 다음 사업자 선정, 스카이72 골프장 소유권 분쟁 등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산적한 과제들을 짊어지게 됐다.
김 사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올해로 개항 20주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임직원 전체의 지혜를 모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행정고시 33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건설교통부 수도권정책팀장, 국토교통부 철도국 국장, 새만금개발청 차장 등을 거쳐 국토교통부 제2차관까지 오른 정통관료출신 사장이다.
2019년 12월 국토부 2차관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제 21대 총선에서 충북 충주시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