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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모두 배임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재벌 오너들이다.
형법 355조 2항에 따르면 배임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취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기업인 배임죄 적용을 놓고 정치권과 재계, 법조계에서 논란이 뜨겁다. 기업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주장과 재벌 총수의 방만경영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배임 혐의와 관련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집행유예로 석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법원의 판결이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너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 이재현, 파기환송심서 배임 혐의 관련 양형 완화 가능성
이재현 회장은 지난 10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일부 혐의에 대해 재심리가 필요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이 이 회장에게 잘못 적용됐다고 판단한 일부 혐의는 배임죄와 관련된 대목이다.
대법원2부는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단에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에게 배임혐의가 있는 것은 맞지만 형법에 비해 가중처벌되는 특경가법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의 공소내용 가운데 배임혐의와 관련된 부분은 이 회장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면서 CJ일본법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392억 원의 손해를 초래한 점이다.
형법상 배임죄의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는 반면 특경가법은 배임으로 얻은 이득금액이 50억 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배임혐의에 대해 형법이 아닌 특경가법이 적용되면 양형이 훨씬 무거운 것이다.
대법원이 이 회장의 배임과 관련한 원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배임에 따른 이득금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이 회장의 행위는 이득액 산정이 불가능해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한 근거로 CJ일본법인이 당시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었고 이자도 밀린 적이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 배임, 경영상의 판단인가? 방만경영인가?
이재현 회장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앞으로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너의 판결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업인 수사에서 배임혐의는 그동안에도 논란이 많았다. 재계는 배임 수사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기업인들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했다 하더라도 경영상의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고의성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적용을 신중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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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
이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직후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재계가 요구해 온 배임죄 적용 완화 주장이 일부 관철된 것”이라며 “배임죄는 경영상 판단의 문제인 만큼 너무 엄격한 법 적용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배임죄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기업 오너들이 결단력과 추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정치권에서도 배임죄 관련 법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배임죄를 수정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배임죄 처벌요건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때’로 규정해 행위의 목적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재벌 총수의 기업 사유화가 심화해 무책임한 방만경영이 심해질 것이라며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기업인 배임 수사 및 재판에 미칠 파장은?
기업인 배임죄와 관련한 논란은 진행 중인 기업인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1년 1400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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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배임혐의로 기소돼 1심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도 특경가법상 배임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배임혐의가 인정됐으나 2심에서 법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도 원정도박과 회삿돈 횡령 외에도 배임혐의가 적용됐다. 우량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통해 부실계열사 국제종합기계 채권을 떠안도록 해 회사에 22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배임이 인정돼 형을 확정받은 경우다. 김 회장은 2011년 부실 계열사인 한유통과 웰롭을 부당지원해 회사에 수천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김 회장의 배임혐의도 특경가법이 적용됐다. 김 회장은 당시 부실 계열사를 살려내고 그룹 전체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경영상 어쩔 수 없는 조치였으며 개인적 이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경영판단이므로 면책해야 한다는 김 회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계열사에 대한 특정 지급보증행위를 배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김 회장은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아 풀려날 수 있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 사장도 1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조 사장은 회삿돈으로 홍콩에서 보석사업을 했는데도 해당 수익금이 증발됐고 예술품 펀드를 운영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는 데도 그 손해를 효성에 떠넘긴 것으로 보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