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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좌)과 허일섭 녹십자 회장 |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은 독점 특허권을 획득하기 위해 비싼 몸값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세계에서 이뤄진 업체의 인수합병 거래액 가운데 제약회사를 비롯한 헬스케어회사들의 인수합병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최근 들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획득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등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인수합병 움직임
올해 1분기 제약회사 등 글로벌 헬스케어회사들의 인수합병은 952억 달러로 글로벌 전체 인수합병 거래액의 11.7%를 차지했다.
헬스케어 인수합병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증가했다.
미국 제약회사 애브비는 백혈병 치료제회사인 파머시클릭스를 2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북미 독점권을 갖고 있는 호스피라도 168억 달러에 화이자에 인수됐다.
캐나다 최대제약사인 밸리언트 파마슈티컬스도 159억 달러에 미국의 위장질환 치료제 전문업체인 살릭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했다. 살릭스 파마슈티컬스는 다수의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아일랜드 제약사인 호라이즌 파마도 지난달 30일 희귀병 치료법으로 유명한 미국 히페리온을 11억 달러에 사들였다. 같은날 이스라엘 제약회사인 테바도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로 유명한 미국 아스펙스 파마를 3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인수가격이 신약의 시장가치보다 너무 높은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시장수요가 확실한 획기적 신약이 계속 나오는 한 바이오업계의 인수합병 열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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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리드 화이자 CEO와 마이클 볼 호스피라 CEO(우) |
◆ 국내 제약회사들도 동참하는 인수합병
한독약품은 지난해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을 인수했다. 한독약품은 200억 원대의 매출을 내고 있는 케토톱을 손에 넣어 제약업계 10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동제약의 2대주주인 녹십자는 지난달 20일 열린 일동제약 주주총회에서 녹십자측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의 뜻을 노골적으로 보였다.
결과는 일동제약의 경영권 방어로 끝났다.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한 피델리티 펀드와 외국인 주주들이 일동제약의 편을 들어줘 녹십자의 인수합병 움직임을 저지했다.
그러나 녹십자는 2대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계속 일동제약 경영권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녹십자는 혈액제제 등 전문의약품에 주력하고 있어 일반의약품 부문에서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일동제약은 일반의약품에 특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최근 바이오진단회사인 인포피아를 인수하기로 했으나 협상과정에서 가격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결렬됐다. 두 회사는 헬스케어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협력하기로 해 향후 인수합병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광동제약은 최근 유통망을 넓히기 위해 소모성자재 구매대행회사인 코리아이플랫폼을 407억 원에 인수했다. 광동제약은 B2B 유통사업을 인수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 인수합병에 나서는 이유
제약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업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선다.
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수록 연구개발에도 더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이점도 노린다. 규모의 경제를 실행하기 위해 인수합병은 가장 효율적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의 경우 인수합병의 움직임이 글로벌 국가들과 달리 저조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이 바뀌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인수합병이 저조했던 이유는 제약업계 창업주들이 회사에 대한 애착이 강한 데다 창업주들 사이의 관계도 다른 업계와 비교해 비교적으로 돈독해 인수합병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 2~3세 경영의 막이 오르면서 이런 유대관계가 약해지고 사세확장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인수합병의 움직임이 엿보인다.
이종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제약사의 인수합병은 워낙 판이하게 달라 인수합병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단정할 수 없지만 인수합병이 한 회사의 사업전략이나 방향성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