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의 보루’였던 금융권에도 이공계 신입직원 채용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전자결제나 빅데이터 등 금융산업과 IT기술을 융합한 핀테크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인력을 늘리려 한다.
◆ 금융권 이공계 신입 채용비중 커진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은 올해 이공계 인재 채용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회사들은 이미 지난해 신입공채부터 이공계 전공자의 채용비중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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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충북대학교 특강에서 “핀테크 등으로 이공계 전공자들에게 우호적 금융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권 취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뽑은 신입직원 49명 가운데 전체의 23%인 10명을 IT기술과 금융공학 등 이공계 전공자로 채용했다. 지난해보다 9%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정보보호 감독을 강화하고 복잡해진 금융상품에 대처하기 위해 이공계 채용을 늘렸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공고에 IT 관련 전공자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언어 능통자를 우대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해 뽑은 전체 신입사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보다 약 7%포인트 늘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1월 신입사원 290명을 채용하면서 이공계 전공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했다. 이공계 신입사원은 전체의 16.6%를 차지했다. 2013년 하반기 공채 때 11%에서 5%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신입공고를 내면서 채용분야에 따라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 중 이공계 전공자가 16%를 차지했다. 2013년보다 6%포인트 늘었다.
산업은행도 지난해 이공계 출신 신입직원이 전체의 20%를 넘겼다. IBK기업은행은 청년인턴을 모집하면서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제2금융권 회사 가운데 신한카드가 지난해 공채를 진행하면서 통계학과 전산학 전공자를 우대했다. 1년간 30~40명 정도 뽑는 신입사원 가운데 지난해의 경우 7명이 이공계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지난해 “기업의 기술을 평가해 담보 대신 대출을 하는 기술금융 등의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전문지식이 있는 이공계 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20% 선인 이공계 인력비중을 중장기적으로 40%대까지 늘리려 한다”고 밝혔다.
◆ 금융권, 핀테크 기술금융에 이공계 인력 급구
금융회사들은 모바일거래를 강화하고 IT기업 등과 제휴해 핀테크사업을 늘리면서 이공계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KT와 제휴협약을 맺고 사물인터넷 등을 이용한 핀테크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을 전담한 조직인 우리은행 스마트금융사업단의 전체 직원 가운데 37%가 이공계 전공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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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신한카드도 고객들의 수많은 거래정보를 분석해 구매의 경향성을 찾아내는 빅데이터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지난해 빅데이터센터를 확장했다. 빅데이터센터의 전체 인력 가운데 80%가 통계나 컴퓨터 관련 전공자인 이공계 인력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에게 기술금융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이공계 인력의 선호도를 높인다. 기술금융은 중소기업의 담보를 잡는 대신 보유한 기술을 평가해 투자한다. 금융회사들은 중소기업의 기술가치를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은 핀테크 외에도 기술금융을 하는 과정에서 각 기업의 기술을 심사할 때 전문성이 있는 이공계 인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며 “이공계 인재의 채용을 늘리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올해 신입직원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적게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공계 인력 우대가 겹치면서 인문계 전공자들의 금융권 취업 문턱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핀테크나 기술금융을 전담할 경력자가 적어 신입직원을 이공계 전공자로 채용할 수밖에 없다”며 “신입직원 중 대다수가 인문계나 상경계였던 예전과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