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그동안 유보적 태도를 보여오다 최근 긍정적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완전자급제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유통점 등의 반발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는 판매점에서, 통신서비스 가입은 통신사가 담당하도록 구분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휴대폰 제조사의 가격 경쟁이 극대화 돼 단말기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SK텔레콤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로 여겨진다.
이통3사의 요금제 차이가 미미한 상황에서 완전자급제는 장기 가입자에 대한 마일리지 혜택으로 가입자 유지가 쉬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SK텔레콤은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경쟁회사들과 비슷한 통신비만 부과해도 현재 시장점유율 유지가 가능하다.
게다가 SK텔레콤이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단말기 지원금 등이 줄어들어 마케팅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이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텔레콤은 완전자급제 도입에 놓고 말을 아끼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완전자급제를 추진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자급제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다만 정부가 완전자급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자급제를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100만 원을 넘어서며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부담은 더욱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비가 같이 부과되는 우리나라의 유통구조 때문에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국내에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 67개 가운데 34개의 출고가가 100만 원을 넘었다. 11월 국내에 출시되는 아이폰XS맥스의 출고가는 20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는 여러 의원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국감에서 “이통3사가 2017년 유통점에 지급한 판매장려금이 4조 원에 이른다”며 “통신사들이 장려금 지급을 통한 경쟁에서 통신요금 인하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답변을 통해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시장이 건강하게 가격 경쟁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며 “완전자급제의 필요성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며 유통망 종사자들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완전자급제가 통신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들여다 봐야 한다”며 신중했던 유 장관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 유통점의 반대가 완전자급제 도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비 인하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통신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장려금이 사라져 6만 명에 이르는 휴대폰 유통업자의 상당수가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SK대리점주들은 16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산하에 ‘SK텔레콤전국대리점협의회’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앞서 출범한 KT와 LG유플러스의 전국대리점협의회와 함께 완전자급제 도입을 막기 위한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SK텔레콤전국대리점협의회의 출범행사에 참석한 대리점주들은 완전자급제 도입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며 실력행사에 나설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박선오 SK텔레콤전국대리점협의회 상임회장은 “정부 주도로 열린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 기존 자급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결론이 났던 완전자급제가 뜬금없이 국감에서 다시 논의된 것은 배후에 통신사가 있기 때문”이라며 “더이상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