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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KT렌탈을 인수한 데 대해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롯데그룹이 KT렌탈을 인수해 유통업 중심에서 벗어나 사업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KT렌탈을 품에 안기 위해 치른 대가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계열사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렌터카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롯데그룹 계열 상장사 가운데 한 곳인 롯데손해보험은 KT렌탈 인수 소식이 알려진 직후 주가가 급등했다.
롯데손해보험 주가는 상승폭이 줄어들긴 했으나 25일에도 2.32%가 오른 3530원에 장을 마감해 3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롯데손해보험은 롯데그룹이 KT렌탈 우선협상자로 결정된 23일 당일에만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전 거래일보다 14.96%가 상승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인지도나 점유율 면에서 외형이 초라하다. 보험업계에서 롯데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96%에 그친다.
지난해 실적도 2013년보다 3.6% 줄어든 47억 원의 순이익을 내 그룹 계열의 보험사 치고 빈약한 모습을 보였다.
신 회장이 KT렌탈 인수전에서 승자가 되면서 롯데손해보험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직접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KT렌탈의 렌터카 보험계약은 롯데손해보험이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해보험은 이를 계기로 영업용 차량보험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등 자동차보험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KT렌탈 인수가 롯데손해보험에 긍정적 결과만을 낳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자동차 손해율이 오히려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누적손해율은 이미 90% 가까이 육박했다. 손해보험사들의 적정 손해율은 77% 수준이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지급한 액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롯데손해보험이 KT렌탈 인수 시너지를 누리려면 손해율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를 놓고 롯데쇼핑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신 회장은 KT렌탈 인수에 1조500억 원을 베팅했는데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는 방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선협상자 결정 다음날인 24일 롯데쇼핑에 대해 신용등급 압박을 우려하는 의견을 냈다.
무디스는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 계획이 롯데쇼핑의 Baa2 신용등급 또는 안정적 등급전망에 즉각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인수자금 분담에서 롯데쇼핑의 역할이 상당할 경우 신용등급에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이 인수자금을 얼마나 분담하게 될지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KT렌탈 인수가격은 시장에서 평가한 적정가격 6천억 원 수준에서 크게 높아졌다.
롯데쇼핑의 인수자금 부담이 상당할 경우 향후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롯데쇼핑은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24일 5년물 2천억 원, 7년물 4천 억 원 등 모두 6천억 원의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하지만 희망금리밴드 안에 참여한 기관투자자금은 3800억 원에 그쳤다. 금리밴드를 벗어난 투자수요까지 합해도 5천억 원에 불과했다. 특히 5년 회사채의 경우 발행예정액의 절반밖에 끌어들이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의 KT렌탈 인수전 참여 등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쳐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렌터카사업 자체에 대한 성장성을 놓고도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렌터카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정부의 렌터카 관련 정책에도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장기대여 렌터카를 자가용으로 분류해 취득세를 부과하려고 했다가 업계 반발로 이를 보류했다.
하지만 정부가 세수부족 때문에 이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있어 렌터카 시장 축소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