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손을 잡았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과 3천억 원이 넘는 지분을 맞교환하고 협업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에 시너지를 내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약점으로 꼽히던 모바일게임의 역량을 강화하려고 한다.  김 대표는 또 엔씨소프트가 보유하던 자사주를 넷마블에 넘겨 넥슨에 대한 경영권 방어에도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지분 맞교환하고 전략적 제휴 맺어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과 17일 해외 게임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날 행사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 두 회사의 주요인사들이 참석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이번 제휴를 통해 각자가 보유한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의 강점을 살려 해외시장 진출에 시너지를 내기로 했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지적재산권(IP)을 이용한 모바일게임 개발에 협력한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모바일게임을 활용한 온라인게임 개발을 담당한다.

두 회사는 상호 퍼블리싱사업 협력, 크로스 마케팅, 합작회사 설립과 공동투자, 해외 모바일게임시장 공동진출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두 회사는 해외 모바일게임시장을 공략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두 회사는 크로스 마케팅을 위해 서로의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을 상호 유통망을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또 모바일게임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이날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에 앞서 지분을 맞교환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넷마블에게 자사주 8.9%를 장외매각한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에게 주당 20만500원, 모두 총 3900억 원에 지분을 넘겼다. 넷마블은 이로써 엔씨소프트의 3대주주가 됐다.

엔씨소프트는 16일 넷마블의 신주를 3800억 원에 인수했다. 엔씨소프트는 9.8%의 지분을 보유한 넷마블의 4대주주가 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국내 온라인 게임 1위와 모바일 게임 1위의 전략적 제휴는 세계시장에서 의미 있는 동반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넷마블은 모바일 퍼블리싱 노하우와 역량을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지적재산권에 녹여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창출해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택진, 넷마블과 협력 통해 우호지분 확보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넥슨과 경영권 다툼에서 우호지분을 늘리기 위해 넷마블과 손잡은 것으로 풀이한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주 8.9%를 보유하고 있으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우호세력인 넷마블에 넘겨 의결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의결권 지원을 받으면 최대주주인 넥슨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9.9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넷마블의 지분까지 합치면 18.9%다. 넥슨의 지분 15%보다 앞선다.

엔씨소프트가 지분을 넘겨도 당장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실질적 효력을 낼 수 없다. 그러나 향후 넥슨과 경영권을 놓고 다툼이 발생해 표 대결을 벌일 경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이런 해석과 관련해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이번 제휴는 넥슨과 상관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방 의장도 “모바일게임시장도 PC온라인게임과 같이 해외게임이 차지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뭉쳤다”며 “다만 현재 경영진이 미래를 잘 준비한다고 판단할 경우 엔씨소프트와 김택진 대표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