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인도를 중심으로 200달러 미만의 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저가 스마트폰의 가격대를 다양화하고 기능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인도에 생산공장을 확충해 수요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도 스마트폰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주목해 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에서 삼성전자와 샤오미,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와의 경쟁 결과가 다른 신흥시장을 놓고 성패를 예측하게 해줄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반면 인도를 포함해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동남아 등 국가의 저가 스마트폰 수요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카날리스 분석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200달러 미만 저가 스마트폰의 판매량 점유율은 2013년 약 30%에서 2017년 40%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0달러 이상 고가 스마트폰 점유율이 30% 안팎에서 20% 초반대로 떨어진 것과 상반된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인도에 10만 원대의 저가 스마트폰으로 물량공세를 펼쳐 기존의 피처폰과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이런 시장 변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도 인도에서 10~20만 원대의 '갤럭시J' 시리즈를 주력으로 판매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같은 가격에 더 앞선 기능과 성능을 보이는 중국 스마트폰에 밀려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카날리스는 "인도에서 벌어진 경쟁 상황이 세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십억의 잠재 수요를 두고 벌이는 저가 스마트폰 경쟁이 프리미엄시장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삼성전자는 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중국 경쟁사를 상대하기 어려워지며 시장 점유율과 실적에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1년 전보다 3.3%포인트 줄었고 판매량은 약 13% 금갑했다.
삼성전자는 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중국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 변화를 시도하며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가에서 점유율 반등을 추진하고 있다.
8월 말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처음으로 구글 '안드로이드고' 운영체제를 탑재한 갤럭시J2코어를 출시했다. 5인치 화면과 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고 출고가는 기존 갤럭시J 시리즈보다 낮은 9만7천 원 정도에 불과하다.
안드로이드고는 저가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등 콘텐츠와 최신 인터페이스 기능을 일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운영체제다. 삼성전자는 이 운영체제에 최적화된 자체 앱도 내놓으며 저가 스마트폰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에 최신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채용해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하도록 전략을 바꾸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 사장은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포괄적 방향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고가와 중가, 저가 스마트폰의 가격대에 구애받지 않고 기술 경쟁력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8년 7월9일 열린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공장 준공식. |
7월 초 삼성전자가 준공식을 연 인도의 대규모 스마트폰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더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시장에 특화한 중저가 스마트폰이 주로 생산돼 원가를 절감하고 공급 물량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인도 새 공장이 2020년부터 가동되며 연간 1억2천만 대에 이르는 스마트폰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70%의 생산량은 인도에서, 나머지는 다른 국가에서 판매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인도 새 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며 투자 확대 의지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중국의 스마트폰공장도 일부 인도로 이전하며 신흥시장 공략에 더 힘을 실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중국업체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