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한, 현대차 임금체계 어떻게 바꿀까  
▲ 현대자동차 윤갑한(왼쪽)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현대차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열린 2014 임금협상 단체교섭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현대차가 사실상 승리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과 통상임금을 놓고 앞으로 또다른 갈등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며 올해 3월 말까지 통상임금을 비롯해 임금체계에 대한 결론을 내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당시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중요한 판단을 미뤄둔 셈이다. 현대차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체계 개편과 통상임금 논의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통상임금 개선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 윤갑한, 박한우 한숨 돌리나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 임단협에서 막판까지 발목을 잡았던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 판결이 현대차에 유리하게 나오면서 노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과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 판결 결과가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임금체계 개편과 통상임금 논의에서 누가 주도권을 확보할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졌다. 법원이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면서 회사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번 판결이 현대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의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이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논쟁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기준점이 마련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비효율적인 현재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 임금체계 수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노조를 향해 “노조는 이제 판결 결과에 상관없이 환율하락과 중국 저성장, 엔화 약세 등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라며 “선진 임금체계 도입을 통한 임금제도의 효율화, 유연성 확보로 국내공장의 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10월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했다. 막판까지 뜨거운 쟁점이었던 통상임금과 관련해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개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은 올해 3월31일까지 수당체계와 통상임금 범위 등을 포함한 전반적 임금체계를 개선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개선위원회는 최근 8일 일정으로 벤츠와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업체를 둘러보고 임금 전문가를 만나는 등 활발할 활동을 벌여왔다.

기아차 노사도 지난해 10월 임단협을 타결하며 통상임금 확대안에 대해 별도의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올해 3월31일까지 통상임금 개선방안에 합의하기로 했다.

◆ 임금체계 개편 논의 어떻게 될까

현대차 노조는 이번 판결에 크게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노사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노조가 판결과 상관없이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통해 통상임금 확대를 따내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이번 판결을 개편방안에 적용하려고 하고 노조는 이를 반대하면서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은 “이번 판결로 회사는 3월 임단협에 법원의 판단을 적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 임금협상에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오일 현대차노조 대외협력실장도 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통상임금 관련한 재판결과를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며 “법원판결에 상관 없이 3월31일까지 통상임금 개선방안을 회사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판결이 앞으로 회사와 임금체계 개편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을 뜻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이 노조에 불리하게 나면서 노조가 대결보다 합의점을 찾는 방향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 노노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9월 임단협 협상에서 통상임금 확대적용에 대해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지만 노조의 일부 강경파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즉각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가 실패로 돌아간 적이 있다.

현대차 노조에 중도 실리노선, 강경파를 포함해 총 10여 개의 계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