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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이 삼성전자의 ‘일등공신’에서 ‘고민거리’로 떨어졌다. 갤럭시 신화를 써온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부 수장 신종균 사장은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예상을 뛰어 넘는 ‘깜짝실적’을 냈다. 지난해 3분기 충격을 딛고 실적이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반도체사업 덕분에 이제 겨우 한 숨을 돌린 것일 뿐 스마트폰사업은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를 ‘반도체 전문회사’로 봐야 한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신종균 사장은 올해 ‘갤럭시S6’으로 반격을 노린다. 새로운 중저가 모델을 앞세워 중국업체에 빼앗긴 점유율 회복에 나선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다. ‘스펙경쟁’은 끝나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고 중저가시장의 치킨게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의 자존심을 다시 일으켜세울 수 있을까?
◆ ‘갤럭시노트4’ 덕본 삼성전자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5조2천억 원이다. 약 4조8천억 원 수준인 시장 전망치보다 4천억 원 많다. 지난해 3분기 대비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반도체사업이 두분기 연속으로 전체 실적을 이끈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권가는 스마트폰사업 실적에 더 주목한다. 지난해 3분기 최악의 부진에서 과연 회복했는지에 관심을 집중한다.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부문의 예상 영업이익은 1조5천억~2조 원 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3분기 1조7500억 원보다 비슷하거나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분기 IM부문이 시장우려를 잠재우고 실적 선방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9월 출시된 ‘갤럭시노트4’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화면을 키운 애플의 ‘아이폰6’에 밀려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판매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다는 것이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4는 지난해 4분기 800만 대 가량 팔린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폰 판매비중이 커지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에서 갤럭시노트4의 판매가 부진했지만 미국시장에서 선전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4 덕분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는 직전분기보다 약 3% 가량 높아진 것으로 본다.
◆ 스마트폰 체질개선 효과에 주목
갤럭시노트4 효과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그동안 강력하게 진행해온 체질개선 작업도 4분기 실적방어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실적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스마트폰 재고처리 문제가 4분기 거의 마무리된 것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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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지난 6일 인도에 출시한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E5'(왼쪽)와 '갤럭시E7' <삼성전자> |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직전분기보다 6.4% 줄어든 7400만 대로 추정된다”며 “특히 지난해 12월 급격한 재고조정이 이뤄졌는데 이는 스마트폰 수요 위축기에 재고를 더욱 작게 가져가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재고조정이 끝나면서 전체 비용이 줄어든 것도 IM부문의 수익성을 높였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3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마케팅 비용 축소 등 비용절감에서 나온 수익개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갤럭시S4’와 ‘갤럭시S5’의 유통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재고처리를 위한 가격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통채널 내 재고감축을 위한 프로모션을 강력히 집행했다”며 “그 결과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재고는 지난해 3분기부터 서서히 정상수준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유통재고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 ‘갤럭시S6’의 효과는 얼마나 클까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이제 관심은 올해 1분기 출시될 차기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6에 쏠리고 있다.
이민희 연구원은 “지난해 갤럭시S5가 흥행에 실패한 이후 삼성전자는 위기의식에 가득차 있다”며 “갤럭시S6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 올해 반격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갤럭시S 시리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상징하는 ‘기함(플래그십)’이다. 삼성전자에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해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들어주는 근거다.
갤럭시S 시리즈는 항상 최고수준의 하드웨어 성능을 자랑했다. 이 때문에 다른 스마트폰보다 가격이 월등이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갤럭시S 시리즈에 열광하며 구매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작인 갤럭시S5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제이 권 애널리스트는 6일 투자노트에서 “시장은 갤럭시S5를 갤럭시S4의 저렴한 버전으로 평가했다”며 “삼성전자는 가격보다 스펙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선회하며 갤럭시S5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다시 갤럭시 브랜드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갤럭시S6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특히 갤럭시S6은 삼성그룹 전자계열사가 생산한 핵심부품을 탑재할 것으로 점쳐져 그 어느 때보다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6의 가장 큰 특징은 핵심부품의 내재화”라며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경우 독자개발한 엑시노스를 80% 이상 탑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을 오는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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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이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갤럭시S5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 핵심은 중저가폰 경쟁력 회복
업계 관계자들은 갤럭시S6 출시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실적이 극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스펙 경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이 둔화되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이 주도하는 가격경쟁에서 밀려나며 중저가시장의 주도권을 상당부분 잃었다. 지난해 9월 기준 200달러 미만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8%로 1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과 치열한 경쟁이, 중저가시장의 경우 중국업체들과 치킨게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십 종에 이르는 스마트폰 모델을 20~30% 줄인다고 밝혔다. 라인업을 축소해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중저가 전략 스마트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중국과 대만에 ‘갤럭시A’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달 초 인도에 갤럭시A를 비롯해 더 저렴한 ‘갤럭시E’ 시리즈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 시리즈가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면 갤럭시A와 E 시리즈는 텃밭을 지키기 위한 삼성전자의 ‘승부수’”라며 “올해 실적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영향력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갤럭시A와 갤럭시E 시리즈의 판매실적은 올 1분기에 반영된다. 이때문에 삼성전자의 1분기 스마트폰 실적은 올해 전체 실적을 가늠케 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출시할 200달러 이하 신제품이 얼마나 점유율을 회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판매가 부진할 경우 실적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하더라도 예전처럼 스마트폰사업에서만 분기 당 5조~6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전자 역시 샤오미처럼 수익성을 포기하고 가격경쟁에 돌입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바닥은 분명히 벗어났지만 IM부문이 예전 같은 성장세를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에서 제2의 샤오미가 등장하는 상황이라 올해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