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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제균 감독 |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국제시장’으로 1천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시장은 올해 첫 주말까지 관객 775만 명을 돌파하며 초스피드 흥행기록을 쓰고 있다.
이런 흥행 속도라면 전작 ‘해운대’에 이어 윤 감독 개인 통산 두번째이자 올해 첫 관객 1천만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 국제시장, 올해 첫 1천만 영화 등극 전망
5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주말을 낀 사흘 동안 전국 1044개 상영관에서 관객 165만5천 명(매출액 점유율 42.2%)을 끌어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17일 개봉한 이래 4일까지 누적관객 수 775만3천 명에 이른다. 지난주까지 평일 평균 관객 수 35만여 명을 유지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1천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시장은 주인공 덕수(황정민)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윤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아버지 세대에 대한 헌사”라고 설명했다.
영화 개봉 이후 일부 진보 영화평론가와 보수 언론매체 사이에 산업화시기를 놓고 정치적 해석이 엇갈리면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윤 감독은 “정치부분은 뺐다”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허리띠 졸라매고 치열하게 살았던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덕수와 영자는 윤 감독의 부모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시장의 흥행돌풍은 이런 논란을 뛰어넘을 정도로 콘텐츠 자체의 힘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화는 질곡의 시기를 보낸 중장년층 관객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젊은 세대들도 영화를 통해 풍요로운 현재 뒤에 가려진 현대사의 아픈 기억들을 곱씹어보게 만든다.
윤제균 감독은 주인공의 삶에 철저히 앵글을 맞춰 가족주의에 기반한 부성애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도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등 역사적 사건의 장면들에서 전작 '해운대'에서 선보였던 블록버스터적 요소도 아낌없이 활용했다.
◆윤제균 “아버지 세대에 대한 헌사”
“늬는 내 꿈이 뭔지 아나?”
영화의 첫 장면에서 노인이 된 덕수는 자신의 집 옥상에서 부산 앞바다를 멀리 내다보며 아내 영자(김윤진)에게 이렇게 묻는다.
덕수는 큰 배의 선장이 되는 것을 꿈꿨지만 자신을 위해 단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한국전쟁 중 흥남부두에서 부산으로 피난오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여동생과 헤어져 졸지에 가장노릇을 해야 했다.
덕수는 부산 국제시장에 먼저 터를 잡은 고모에게 더부살이하며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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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
돈을 벌기 위해 파독 광부가 되고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며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윤제균 감독은 덕수의 굴곡진 인생 안에 흥남부두 철수부터 이산가족 찾기에 이르기까지 1950년대 이후 질곡의 현대사를 녹여냈다.
윤 감독은 부산 중구 신창동 재래시장인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켜 작은 가게의 간판 하나까지도 나름의 역사가 있음을 비춘다.
특히 역사의 큰 고비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내걸고 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다소 뻔한 가족주의 신파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폭풍’ 눈물을 흘리도록 만든다.
◆ 국제시장 흥행에 화젯거리도 풍성
국제시장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를 둘러싼 화젯거리도 풍성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영화 관람이 줄을 잇고 있으며 ‘정치적 마케팅’ 논란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영화에 등장하는 국기하강식을 언급하며 애국심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들 고윤씨가 단역으로 출연해 영화관람에 나섰다. 고씨는 영화 초반 흥남철수 장면에서 미군 장군에게 피난민 수송을 호소하는 통역관인 실존인물 현봉학 박사 역할을 맡았다.
부산 출신인 문재인 의원도 영화 관람 뒤 “(이 영화가) 저희 가족사, 제 개인사 하고도 상당히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며 큰 공감을 나타냈다.
국제시장에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실존인물을 보는 것도 이색적 볼거리로 꼽힌다. 마치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처럼 당시 인물들과 조우하는 장면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에 웃음을 선사한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디자이너 앙드레 김, 씨름선수 이만기, 가수 남진 등이 당대의 모습으로 주인공의 인생 속에 스쳐갔다.
정주영 창업주는 부산 피란시절 국제시장통에서 구두닦이에 나선 어린 덕수 앞에 손님으로 등장한다.
양복차림의 이 신사는 “우리나라에서 넓은 땅을 산 뒤 그 사진을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거야. 당신이 필요한 큰 배를 여기서 만들어주겠다고 한 다음, 배를 만들어서 파는 거지”라고 말해 덕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현대건설’ 이름이 쓰인 트럭을 타고 떠나 누가 봐도 그가 정주영 창업주임을 알 수 있다.
정주영 창업주의 최근 출간된 도서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정주영: 이봐, 해봤어?’에도 언급돼 있다. 조선소를 짓는다는 그의 꿈은 1970년대 초반 무모하고 허황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덕수의 고모네 가게 ‘꽃분이네’를 찾은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등장도 큰 웃음을 자아냈다. 앙드레 김은 덕수 어머니가 수놓은 옷소매를 보고 영감을 얻은 듯 특유의 말투로 “판타스틱”을 연발한다. 앙드레 김 역시 실제 부산에서 피난시절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부산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던 씨름선수 이만기씨, 베트남 전쟁에서 덕수의 목숨을 구하는 인기 가수 출신 해병대 남진씨 등 유명인들도 깨알 웃음을 선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