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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대한항공의 정기 임원인사가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으로 표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통상 12월에 인사를 실시해 왔으나 이를 한 달 이상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조 전 부사장은 물론이고 대한항공과 국토부의 유착관계에 칼끝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어서 1월 중 인사가 실시될지도 불투명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으로 정기 임원인사를 하지 못한 채 인사를 미루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24일 정기 임원인사를 했다.
올해의 경우 연말 주요 대기업의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는데도 대한항공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년 12월 크리스마스 전후나 연말에 임원 인사를 해왔지만 올해 인사는 언제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이 이르면 내년 1월 중순이나 월말 쯤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한항공의 201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조원태 부사장이나 조현민 전무의 승진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전 부사장 사태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여느 때보다 따깝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은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에게 대한항공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호텔사업을, 조현민 전무에게 진에어를 맡길 것으로 관측됐다.
조 회장은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조원태 부사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를 겸직하도록 했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을 대한항공 기내서비스와 호텔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발령해 기내 판매와 서비스, 호텔사업을 총괄하게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이번 사태로 대한항공은 물론 한진그룹 내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남으로써 조 회장의 경영권 승계 구상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조 전 부사장이 12일자로 인하대와 항공대 등을 소유한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직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항로변경 등의 혐의로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구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항공의 여 모 상무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된 만큼 검찰이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관계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경우 그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의 인사는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될 지도 모른다.
물론 정기 임원인사가 1월 중 실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 회장으로서 검찰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번 사태로 창사 초유의 위기 상황에 놓인 조직 내부를 추스리려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문책성 인사를 포함한 대대적 물갈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의 후폭풍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내년도 사업 계획수립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한진그룹 인사도 안갯속이기는 마찬가지다. 한진그룹은 애초 연말에 인사를 실시해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파문이 재벌가의 지배구조 이슈로 번진 상황이어서 현재 이런 계획도 쉽게 꺼내들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