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순이익 6712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36.4% 늘었다.
6년 전 외환은행을 편입하면서 합병차익 1조389억 원이 순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됐던 2012년 1분기(순이익 1조3202억 원)를 제외하고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지난 겨울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었던 김 회장에게 이번 성적표는 의미가 깊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의 강한 지배력을 경계하며 회장이 되고 싶으면 ‘투명성’ ‘공정성’을 갖추라고 포격을 쏟아 부었다.
이 우여곡절을 다 보내고 그는 ‘경영능력’이라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주주들에게는 회장이 얼마나 회사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나금융지주의 좋은 실적은 김 회장이 입지를 탄탄히 하는데 커다란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 선임절차 기간이었던 지난 5~6개월 그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김 회장이 남모르는 사이 꿋꿋하게 사업을 펼쳐나갔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하다.
하나금융지주가 본격적 회장 선임절차에 들어간 것은 올해 1월부터였지만 그 두 달 전부터 이 곳 저 곳에서 김 회장의 두 번째 연임 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금융혁신과 금융적폐 청산을 주문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기존 회장에게 유리하게 돼 있는 금융지주사의 승계구조를 문제 삼으며 금융지주사들에 손볼 것을 요구했고 회장 선임절차를 앞두고 있던 김 회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하나금융지주의 여러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투서들이 날아다니며 김 회장을 흔들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전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근거없는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며 “조직 발전의 측면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경영행보를 늦추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마찰이 한창이던 1월9일에도 김 회장은 베트남에서 인수합병(M&A) 매물을 둘러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에 많은 금감원 검사가 진행되고 있던 2월에도 글로벌 디지털 통합 플랫폼인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obal Loyalty Network·GLN) 구축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은 평소 특유의 정면돌파 방식으로 위기의 순간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등 경쟁 금융지주사들도 쉼없이 달려가고 있어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금융지주를 끌고 가는 김 회장의 추진력이 장점으로 발휘되고 있다”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