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협회가 강도 높은 가상화폐 자율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의 가상화폐 규제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는데 어느 수위로 수렴될지 주목된다.
▲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18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에서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가상화폐 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바른미래당이다. 6일 가상화폐·블록체인과 관련해 5개 법률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 가운데 채이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상거래법은 거래소가 망분리 등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보안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도록 하고 공정위가 금융감독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합동으로 법위반 여부를 조사할 수 있게 했다.
이보다 앞서 2월8일에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하고 보안 의무를 부과했다.
2월2일에는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2017년 7월31일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도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고 이용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의 국회 논의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발의된 박용진 의원안을 제외하면 소관위인 정무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가 개헌과 추경 등으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언제 쟁점법안 처리를 시작할지도 미지수다. 6월 지방선거를 지나야 꽉 막힌 국회의 법안 처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는 사이 업계는 자율규제에 나섰다. 블록체인협회는 17일 자율규제안을 내놓고 회원사 심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블록체인협회의 자율규제안은 고객과 회사자산 분리, 이용자 보호조치 등을 담았다. 이용자 본인 확인절차를 마련하고 거래기록을 5년 동안 보관하도록 했다. 정치권에서 내놓은 법안에 비추어도 강도 높은 조치들이다.
거래소의 자본 기준만 봐도 자율규제안의 수위를 파악할 수 있다. 블록체인협회는 자기자본 20억 원 이상을 보유하도록 기준을 세웠다. 이는 정병국 의원안의 1억 원, 박용진 의원안의 5억 원보다 한층 높은 기준이다.
전반적으로 가상화폐 규제 기조가 명확한 정태옥 의원안만 자본금 30억 원을 기준으로 설정해 자율규제안보다 규제 수위가 높다.
블록체인협회가 실효성 있는 규제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했으나 협회 자율규제는 회원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그나마도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자율규제와는 별도로 입법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에서 강도높은 자율규제안을 내놓았으나 입법 논의는 이보다 더 강한 규제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 전반에 우려가 크다. 이제 개화단계인 가상화폐시장도 처음부터 강도 높은 규제로 철저한 감시와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화폐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협회의 자율규제안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식의 고육지책”이라며 “향후 입법 수위는 이보다는 낮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