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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1조 액션캠 회사, 고프로의 성장비결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12-02 19: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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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총 11조 액션캠 회사, 고프로의 성장비결  
▲ 닉 우드먼이 고프로의 액션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얼마 전 발표한 ‘올해의 경영인’ 명단에 39세 젊은 최고경영인(CEO)이 이름을 올렸다.

바로 닉 우드먼으로 세계 액션카메라(액션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고프로(GoPro)’의 창업자가 그 주역이다.

고프로는 2012년 제작된 한 광고를 통해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유명 에너지 음료회사인 레드불은 지상 39km 상공에서 자유낙하하는 광고를 찍었는데 이 영상은 고프로의 액션캠으로 촬영됐다. 레드불 광고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세계에 생중계됐다.

닉 우드먼은 액션캠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퍼스트 펭귄’으로 불린다.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감히 도전해 고프로를 세계 액션캠 업계 독보적 1위로 만들었다.

◆ 닉 우드먼, 서핑광에서 억만장자 CEO가 되다

닉 우드먼은 대학 졸업 뒤 1999년 온라인 게임회사 펀버그(Funbug)를 설립하고 기업 CEO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는 운 좋게도 당시 실리콘밸리에 불어 닥쳤던 ‘닷컴버블’ 덕분에 390만 달러라는 거액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닷컴버블이 붕괴하면서 닉 우드먼의 회사도 위기를 맞았고 결국 사업 실패를 경험했다.

닉 우드먼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서핑광이었는데 스스로 서핑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35mm 방수 카메라를 준비했다. 이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게 된다.

닉 우드먼은 카메라에 고무 밴드를 붙여 팔목이나 발목에 달고 서핑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는 이렇게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친구들에게 보냈는데 일반 카메라로 담아낼 수 없는 생생한 장면에 주변으로부터 호평이 이어졌다. 몇몇 서핑 동호인들은 카메라를 어떻게 구입할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닉 우드먼은 여기서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직접 익스트림 스포츠용 카메라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는 전 재산인 3만 달러에 부모님으로부터 13만5천 달러를 지원받아 2002년 고프로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닉 우드먼은 2년 동안 착용하기 쉽고 거친 환경에도 뛰어난 내구성을 보이는 카메라 개발에 집중했다.

그는 2004년 9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 스포츠 박람회에 처음으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선보이며 ‘액션캠’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고프로는 애플의 아이폰 이후 본격화한 스마트폰시장 개화의 흐름 속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찍고 이를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릴 수 있게 되면서 고프로의 액션캠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고프로의 매출은 제품 출시 첫해 35만 달러에서 2012년 5억2100만 달러로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해에 2012년보다 무려 87% 증가한 9억86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6060만 달러에 이르렀다.

고프로는 현재 95%의 점유율로 세계 액션캠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국내시장은 약 1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고프로가 56%의 점유율로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총 11조 액션캠 회사, 고프로의 성장비결  
▲ 고프로의 액션캠은 스포츠 마니아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 열정에 귀 기울이고 실패를 두려워해야


닉 우드먼은 고프로의 성공 비결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을 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닉 우드먼은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서핑을 처음 접했는데 큰 파도를 넘는 것에 단번에 매료됐다”며 “열심히 했던 미식축구와 야구를 모두 포기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가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 입학한 것도 대학 근처에 서핑을 즐기기 좋은 해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닉 우드먼은 “부모님은 내가 서핑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으셨다”며 “하지만 서핑에 대한 열정을 저버렸다면 지금의 고프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닉 우드먼은 서핑에 대한 열정 덕분에 고프로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고프로를 창업한 뒤 제품 개발을 위해 일주일 내내 하루 18시간 이상을 일했다.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는 30초의 시간을 아끼려고 물주머니 가방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고프로가 성공을 거둔 뒤에도 보완점을 찾아내기 위해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고프로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을 찾아본다.

닉 우드먼은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고프로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건설적인 두려움’이라고 표현했다.

닉 우드먼은 “누구도 실패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아이디어가 과연 옳은지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고프로가 펀버그 때처럼 실패한 사업이 될까봐 두려웠다”며 “그래서 나는 성공하기 위해 완전히 헌신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혁신을 멈추는 순간 도태된다

닉 우드먼은 “진화하지 않으면 죽음 밖에 없다(Evolve or die)”라고 말하곤 한다.

그는 “우리는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한다.

그는 2004년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제품을 출시했지만 디지털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곧바로 신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2년 뒤 10초짜리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였고 2007년 소리까지 담을 수 있는 ‘히어로3’이라는 제품을 내놨다.

고프로는 2010년 처음으로 고화질(HD)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신제품 ‘히어로HD’를 출시했다. 올해 9월 선보인 최신 모델 ‘히어로4’의 경우 4K(3840×2160 픽셀) 초고화질(UHD)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닉 우드먼은 액션캠이라는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을 다른 부문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프로가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개인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말부터 판매할 계획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최근 다양한 업체들이 액션캠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발 빠르게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닉 우드먼의 목표는 고프로를 콘텐츠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애플과 구글의 성공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체 콘텐츠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닉 우드먼은 10월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와 인터뷰에서 “고프로는 단순히 초소형 카메라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대표하는 전문 브랜드가 되고 있다”며 “더 많은 소비자들이 고프로를 구입하게 만들려면 고프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다 쉽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더욱 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이밖에 고프로를 스포츠 전문 미디어로 탈바꿈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이용자의 동영상을 모은 ‘고프로 채널’을 곧 선보이려고 한다.

  시총 11조 액션캠 회사, 고프로의 성장비결  
▲ 닉 우드먼 고프로 CEO

◆ 고프로는 액션캠 왕좌를 계속 지킬 수 있나


고프로는 6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첫 날 고프로 주가는 공모가 24달러를 훌쩍 뛰어 넘어 30% 이상 폭등한 33달러 이상에 거래됐다. 최근 고프로 주가는 77~78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고프로의 시가총액은 99억6천만 달러에 이른다. 고프로 창업 당시 3만 달러에 불과했던 닉 우드먼의 재산은 주가상승 덕분에 37억 달러로 불어났다.

하지만 고프로의 성장세가 앞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리고 뛰어들어 초기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고프로가 최근 일반 카메라와 캠코더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9월 말 90달러 선까지 급등했던 고프로 주가는 지난 두 달 동안 계속 하락하면서 8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세계적 투자그룹 오펜하이머의 앤드류 어코위츠 애널리스트는 “고프로가 액션캠에서 일반 동영상을 찍는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익스트림 스포츠와 달리 이 시장은 스마트폰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진입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발업체들의 공세도 고프로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세계 카메라 시장의 강자인 일본의 소니는 2012년 첫 액션캠 제품을 선보인 뒤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며 고프로를 위협하고 있다.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액션캠을 지난달 출시하며 고프로에 도전장을 던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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