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내년부터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대적 전략변화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이 전체 실적과 시장점유율에 기여하는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다 시장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홈페이지 분석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22.3%의 출하량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지난해 3분기보다 점유율이 3%포인트 늘었다.
가트너는 “갤럭시S8 시리즈와 갤럭시노트8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흥행이 삼성전자 점유율 반등을 이끌었다”며 “특히 북미시장에서 뛰어난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경쟁사인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X’ 출시가 11월로 늦춰지고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에 겪었던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의 타격을 극복한 점도 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저가 스마트폰의 성적은 예상치를 밑도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갤럭시J 등 중저가모델 출하량이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며 “4분기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더 가파른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사업의 외형성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인도 등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비중이 높은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전망이 불투명하던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반등에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갤럭시S8 시리즈는 올해 전 세계적에서 강력한 흥행을 보였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고 사장은 연말인사에서 무선사업을 총괄하는 IM부문장에 오르고 차기 대표이사에도 내정되는 등 역할을 더욱 확대하게 됐다.
하지만 중국 경쟁사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지속되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지켜내는 것은 여전히
고동진 사장에게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대표이사로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초 신종균 전 IM부문장 체제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갤럭시J와 갤럭시A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변화에 나섰다.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와 판매전략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던 상황에 대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성과로 현재까지 중저가 스마트폰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후 약 3년 동안 고가 스마트폰의 성장둔화와 중국 경쟁사들의 부상으로 시장상황은 크게 바뀌게 됐다.
고동진 사장이 이런 변화에 대응해 내년 초부터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전략을 다시 대폭 바꿀 가능성이 높다.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은 내년 초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 갤럭시A8 신제품 설명서를 최근 입수해 보도했다. 중저가제품이지만 고가 스마트폰과 같이 앞면 전체를 화면으로 채운 디자인과 전면 듀얼카메라 등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갤럭시A5, A7, A8 등으로 다변화하던 제품을 갤럭시A8 단일 라인업으로 재편해 일반모델과 플러스모델 등으로 구분해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J와 갤럭시A시리즈. |
중저가 스마트폰 주력상품의 경쟁력과 인지도를 모두 끌어올리려는 전략변화로 해석된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최근 현지 유통점들에 곧 출시될 중저가 신모델로 샤오미 등 경쟁업체에 맞대응할 것이라는 계획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출시될 중저가 신제품이 '역대급'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유력해지고 있다.
고 사장은 최근 통신업계 국정감사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해 다양한 가격대의 스마트폰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꾸준한 발전계획을 강조한 셈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쟁심화가 삼성전자에 점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중저가 스마트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