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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의 사각지대, 대형 중고서점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11-14 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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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정가제의 사각지대, 대형 중고서점  
▲ 서울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을 찾은 고객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개정 도서정가제에서 중고도서는 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중고도서는 사실상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다.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중고간행물이 도서정가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판매가 부진한 새 책을 중고도매상, 중고서점을 통해 중고책으로 편법유통시킬 우려가 있어 이를 차단하려면 중고간행물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새 책을 중고서점을 통해 중고도서로 판매하거나 유통시킬 경우 행정기관에 신고하면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아직 중고도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출판사나 중고서점이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석이 많다. 출판사들이 틈새를 이용해 신간을 중고서점에 유통할 수 있다.

또 중고도서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대형서점들이 속속 중고서점을 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동네서점을 활성화하겠다는 도서정가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 사실상 서점 역할 '알라딘 중고서점’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중고책시장이 활성화해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값싼 책을 찾는 독자들이 중고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온라인서점 가운데 중고시장에 뛰어든 알라딘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알라딘은 이미 전국에 중고서점 매장을 18곳 운영하고 있다. 알라딘은 2011년 9월 종로점을 낸 뒤 2012년 7개, 지난해 9의 매장을 내며 빠른 속도로 매장을 내고 있다.

온라인 알라딘에서 책을 검색하면 신간과 중고책이 동시에 검색된다. 나오지 얼마 되지 않은 신간이 알라딘 중고서적에 등록돼 있으면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알라딘은 예전부터 중고서점을 가장한 할인서점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변종 할인판매로 건강한 출판문화를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도 알라딘 중고서점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소장은 “알라딘 중고서점은 (중고책이 아니라) 악의의 독기를 잔뜩 품은 새 책이 유통되는 서점”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이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을 중고서점을 통해 유통하고, 중고서점은 이런 신간을 구매해 중고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출판사들이 (자금회전을 위해) 어느 정도 팔릴 가능성이 있는 책을 300~500원 정도의 이익만 붙이고 몇 천 부를 다시 제작해 알라딘 중고서점을 통해 유통시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출판사들의 덤핑과 중고서점의 신간 재구매 의혹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출판사의 덤핑이나 중고서점의 신간 유통가능성을 법적·제도적으로 차단하지 않는다면 개정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더라도 할인폐해를 없애기 힘들다”며 “중고서점이 늘어나면 대형 할인점처럼 주변의 출판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정가제의 사각지대, 대형 중고서점  
▲ 알라딘이 중고서점을 연 뒤 중고서점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 대형서점들 중고서점시장 진출하나


문제는 앞으로 이런 대형 중고서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경우 온라인서점의 가장 큰 장점이던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다른 온라인서점들이 앞다퉈 중고서점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온라인 대형서점들이 하나둘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1위 인터넷서점인 예스24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전자책 단말기를 전시하고 종이책도 500권 가량 판매하고 있다. 인터파크도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에 도서 대여점 북파크를 열었다. 대여점이지만 책 구매도 가능하다.

온라인서점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서점이 아닌 도서대여점이나 체험관 등의 형태로 개설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서점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해 서점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 책 구매도 가능하다. 신간판매도 이뤄진다. 사실상 서점인 셈이다.

이런 움직임이 대형서점들의 중고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서점들이 중고서점을 운영할 경우 중소서점은 물론 기존 중고서점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대전에 생긴 이후 대전 시내 중고서점은 30여 곳에서 15곳으로 줄었다.

서울 을지로 평화시장 일대 중고서점도 100곳 이상에서 50곳 이하로 절반 이상이 사라진 상황이다.

전국 서점은 지난해 2331개로, 2011년 2577개에서 10%(246개)가량 감소했다. 줄어든 서점 가운데 면적 약 50평(165m²) 미만의 소형서점이 96.7%를 차지하고 있어 소형서점의 대부분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면 이미 골목서점 상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 같은 사업모델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서점들이 연이어 폐업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2011년 서울 종로에 오프라인 1호점을 냈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책 상태별에 따른 규격화된 매입·판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다양한 책을 종류별로 일목요연하게 분류했고, 도서 검색대도 마련했다. 헌책방보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가 많이 비치돼 있어 인기가 높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오늘 들어온 책'이나 '6개월 이내 신간' 코너도 따로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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