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적용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반도체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 성능과 공간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미세공정과 3D낸드, HBM규격 D램 등 소형화 핵심기술에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런 시장변화에서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외신을 종합하면 전 세계 반도체기업들이 소형화 기술력 확보에 갈수록 열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며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주요업체의 꾸준한 연구개발이 낳은 성과”라고 바라봤다.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드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최근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훨씬 앞선 수준의 반도체 성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크기가 줄어들면 물리적으로 전자가 내부에서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져 전력소모와 발열은 줄어들고 성능은 더 높아진다. 이런 차이는 고성능 반도체로 갈수록 큰 폭의 성능격차를 낳는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스마트폰 등 급성장이 예상되는 신사업분야 선점기회를 찾는 기업들은 자연히 반도체 소형화기술에 더 앞서나가고 있는 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반도체 소형화에 기여하는 다양한 기술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낸드플래시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3D낸드 기술을 꼽았다.
3D낸드는 기존에 평면으로 놓이던 데이터 저장용 셀을 입체로 쌓아 크기는 줄이는 한편 전력효율과 성능은 더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HBM(고대역) D램 역시 유사한 개념으로 입체적 구조를 갖춰 성능과 전력효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3D낸드와 마찬가지로 상용화된 역사는 짧지만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기술에서 경쟁사들과 큰 격차를 벌리며 앞서나가고 있는데 3D낸드와 HBM 등 신기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96단 3D낸드 개발을 완료해 내년부터 양산을 앞두고 있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HBM 2세대 규격의 D램도 고객사에 공급할 능력을 갖춘 업체로 알려졌다.
애플과 엔비디아, 인텔 등 IT기업들이 스마트폰과 시스템반도체 성능향상을 위해 소형화된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본격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에 수혜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메모리반도체를 프로세서(CPU)과 그래픽칩(GPU) 등 시스템반도체와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크기를 더 줄이는 통합칩 반도체기술도 빠르게 발전하며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에는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합칩 형태의 구성이 필수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통합한 패키지는 완전히 개념이 다른 신기술”이라며 “반도체 소형화에 효과가 커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며 적용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에 탑재된 통합반도체 ‘S1’이 대표적 예로 꼽힌다. S1은 삼성전자가 위탁생산해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1의 경우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두 겹으로 쌓은 반면 삼성전자가 3D낸드 등에서 적층기술에 훨씬 앞선 기술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소형화기술이 더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가장 앞선 8나노급 미세공정기술을 확보했고 내년까지 7나노 양산에 들어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세공정과 적층기술을 모두 활용할 경우 반도체 소형화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위탁생산 고객사 확대에 성과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반도체 소형화기술이 아직 초기단계로 여러 제조사들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 반도체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 등 고성능 반도체를 요구하는 신기술이 갈수록 다양한 사업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며 수혜를 독점할 기회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12월에 일본과 중국에서 통합칩 반도체와 위탁생산 기술발전 현황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연다. 반도체 소형화 기술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과 상용화 계획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