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 논의도 제동이 걸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추진하는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도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가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회의 은산분리 논의도 사실상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주주간 계약서에 따르면 케이뱅크 주주인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을 은행법상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주주’로 규정된 동일인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케이뱅크의 실제 경영을 산업자본인 KT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은산분리 원칙을 위반한 셈이다.
케이뱅크의 은행업 인가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자기자본(BIS)비율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지만 금융위원회가 유권해석을 통해 인가를 내줬다는 ‘특혜인가’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국회 정무위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도 이번 케이뱅크를 둘러싼 논란이 이슈화되면서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기존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가 재벌의 사금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어 국회 통과가 불투명했는데 여론까지 악화되는 상황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허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개정안을 내놓는 등 긍정적인 입장이었던 의원들도 당분간 케이뱅크를 둘러싼 논란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산분리 완화가 미뤄지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추진하던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도 사실상 추진동력을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위원장은 금융업의 성장을 위해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다.
최 위원장은 “은산분리 완화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로 인가하는 데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며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 상황에 참여할 의지를 보이는 곳도 없다는 점이다.
SK텔레콤과 인터파크,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등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곳들은 은산분리원칙이 완화되기 전까지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체적인 경쟁력에 아직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더욱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